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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강의' 저자 이중톈, '삼국지' 평역 이문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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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강의' 저자 이중톈, '삼국지' 평역 이문열 만나다

입력
2008.05.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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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양국에서 ‘삼국지’를 대중화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지식인으로 꼽히는 소설가 이문열(60)씨와 이중톈(61) 중국 샤먼(廈門)대 교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삼국지를 다시 말한다’를 주제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만난 이들은 삼국지의 문학적 가치와 현대적 의의 등에 대해 논했다.

이씨는 평역 <삼국지> 로 1,7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이 교수는 중국 CCTV의 교양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 삼국지 캐릭터에 대해 독특하게 해석하며 일약 ‘스타교수’로 떠올랐다.

이중톈 교수는 ‘나는 왜 이 시대에 삼국지를 다시 말하는가’ 라는 발표를 통해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삼국지를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영웅호걸의 무용담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논의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도토리와 뽕나무 열매로 군량미를 대신하며 남하했던 조조군대의 일화를 소개한 그는 “중국역사에서 삼국시대는 불과 90년 남짓하지만, 이 시대는 많은 백성들이 고생한 시기이며, 무수한 사람들의 선혈을 통해 이뤄진 시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세력이 가장 약했던 촉한의 제갈량이 유비 사후 진행한 북방원정에 대해서 “3개 정파가 대립하던 촉한 정국의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제갈량이 어쩔수 없이 시도한 무리한 원정이었다”며 “삼국시대는 제후들의 정권쟁탈전 때문에 민생이 도탄에 빠진 인재(人災)의 시기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국지의 교훈으로 강력한 경쟁환경에서 자신을 어떻게 강하게 만들어서 생존하고 재난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와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사이에 평화롭게 공존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위ㆍ촉ㆍ오의 시대가 ‘너 죽고 나 살기’ 시대였지만 이는 현재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 교수는 “서로가 윈-윈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삼국지의 현대적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이문열씨는 ‘삼국지 그 무한한 상상력’이라는 발표에서 삼국지가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삼국지는 2,000여년 전의 단일한 역사적경험이 아니라 중국인의 집단의식을 통해 형성된 중국역사의 총체성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1990년대말 ‘초한지’를 쓰기 위해 기본사료인 <서한연의> 와 <사기> 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굳혀졌다며 <사기> , <서한연의> , <삼국연의> 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변주(變奏)를 거론했다.

가령 <서한연의> 에서 유방이 퇴각하며 타고있던 전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들과 딸을 버리는 장면과 <삼국연의> 에서 조자룡이 전투에서 유비의 아들인 아두를 구해오자 아두에게 “너 때문에 귀한 장수를 잃을 뻔했다”고 일갈하는 장면은 일맥상통하다는 것이다.

이씨는 삼국지를 독특한 시각으로 평역한 이유에 대해서“진수가 쓴 역사서의 위한정통론이 1,000년후 이민족 지배를 끝내고 한족왕조를 다시 맞이한 <삼국연의> 의 촉한정통론으로 바뀐 점에서 볼 수 있듯 문학적 상상력에는 시대정신이 간섭한다”며 “무엇을 선택해서 이야기하느냐는 재구성하는 사람의 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두 사람이 본 '삼국지 인물論'

이중톈 교수와 이문열씨는 <삼국지> 흥미의 원천으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삼국지> 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리더십에 주목했고, 이씨는 <삼국지> 인물들이 투사하고 있는 민중들의 염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조조는 부하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상벌을 내림으로써 재능있는 사람들의 충성을 유도했고, 유비는 형제애를 통해 부하들의 신뢰를 이끌었으며, 손권은 젊은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중용하는 등 각자 개성있는 용인술을 발휘했다"며 "<삼국지> 는 리더십의 요체가 '용인술'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조와 유비의 비교에서 조조를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한 점도 이색적이었다. 그는 "조자룡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투에 나서 패배한 유비는 자신에게 직언한 조자룡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이 점에서 유비는 아랫사람에게 자유롭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었던 조조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했다.

이씨는 <삼국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 대해 "백성들이 평소 희망하는 리더십이 투영돼 어떤 때는 한 인물을 너무 강조하고 어떤 때는 너무 깎아내린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촉한정통론을 주장하고 유가적 이념미를 중시하는 민중의 염원이 투사돼 제갈량과 관우가 지つ“?뛰어난 인물로 그려진 <삼국연의> 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씨는 "작가 지망생 시절 <삼국지> 를 읽으며 300명이 넘는 인물들이 다양한 행동양식, 다양한 말의 기교를 구사하며 변별력 있게 행동하는 점에 전율을 느꼈다"며 " <삼국지> 를 쓴 지도 25년이 넘은 만큼 새로운 시대의 표현양식, 언어, 사고와 호흡하는 젊은 작가들이 <삼국지> 를 새로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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