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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핵심전산망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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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핵심전산망 '뻥'

입력
2008.05.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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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전산망이 뚫려 전산망 운영권을 외국인 해커에게 완전히 넘겨준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또 최근 해커의 전산망 공격을 받았던 대형 시중은행 홈페이지가 15일 오후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1시간 가량 중단되는 등 금융서비스 이용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15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인천에 본사를 둔 모아저축은행 전산망이 지난달말 국내 거주 미국인 해커 J씨(24)의 공격을 받아 내부 전산망의 '루트 권한'(전산망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최고위 관리자 권한)까지 빼앗겼다. 그동안 금융기관에 대한 일부 해커의 공격 시도가 있기는 했으나, 해커가 모든 정보에 접근해 시스템 전체를 통제하는 권한까지 빼앗은 것은 처음이다.

J씨는 이 은행 대출정보 관리시스템을 해킹해 '루트 권한'을 빼앗았고, 이를 이용해 고객정보가 담긴 파일을 암호화해 은행측이 정보를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J씨는 또 '당신은 해킹 당했다'는 내용의 영어 협박 문서를 남기고 시스템 관리자의 초기 화면까지 바꿨다.

은행은 처음에는 해킹 사실도 모른 채 단순 고장인 줄 알고 프로그램만 교체했으나 전산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은행은 J씨로부터 '20만달러를 주지 않으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하겠다'는 문자를 받은 뒤에야 해킹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자메시지를 추적해 J씨를 붙잡았으며, 검거 당시 J씨 집에서는 다량의 컴퓨터와 휴대용 저장장치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J씨가 이들 장비를 이용해 다른 은행을 상대로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J씨는 미국의 2년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에는 2003년 취업비자로 입국했으나 현재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해커의 공격으로 고객 정보 유출위기에 빠졌으나,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발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두 은행의 인터넷뱅킹 전산망에 침입하려고 시도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51)씨와 전산기술자 김모(25)씨, 이모(36)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11일 0시50분부터 1시40분까지 서울 중구 하나은행 허브센터와 외환은행 본사 앞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무선랜 카드와 지향성 안테나(AP)를 장착한 노트북 컴퓨터로 은행 전산센터의 인터넷 무선 공유기에서 흘러나오는 고객 정보의 해킹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전에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해 있던 국정원과 경찰 수사관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무선 공유기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대한 해킹 범죄가 적발된 것 역시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암호화된 정보를 중국에서 해독해 고객계좌정보를 알아낸 뒤 예금을 가로채려 했다"며 "당국이 사전에 이를 막지 못했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나흘 전 해킹 공격에 노출됐던 하나은행 홈페이지가 15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1시간 동안 멈춰서 인터넷 뱅킹이 전면 중단되는 바람에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은행측은 "이날 사고는 11일 이뤄진 해킹시도와는 관계가 없으며, 일시적으로 고객 접속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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