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쑥대밭이 된 미얀마 이라와디 삼각주 일대에 짙은 암운이 다시 드리우고 있다. 나르기스에 버금가는 위력적인 사이클론이 다시 닥칠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미얀마 군사정부는 해외의 구호 물자를 빼돌리는 등 국민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AP통신, 어스 타임스(Earth Times)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14일 “수일 내에 미얀마 남부 벵골만 해상에 위력적인 사이클론이 형성돼 이라와디 삼각주를 덮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콜롬비아대의 기후사회연구소(IRI)도 “향후 일주일 이내에 120㎜의 폭우를 동반한 사이클론이 이라와디 삼각주에 쏟아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두 기관의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음식물 부족과 전염병 창궐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 지역 이재민 200만명이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아만다 핏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대변인은 “3일 엄습한 나르기스로 이라와디 삼각주 일대의 산과 토양이 물을 다량 함유해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 상태로 변해 있다”면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민들을 건조 지역으로 대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지역 주민들이 불충분한 식사로 체력이 나빠져 있다”며 “제2의 사이클론이 닥치면 전염병이 창궐해 특히 어린이들이 큰 인명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 정부는 제2차 사이클론 발생 가능성을 발표하지 않는 등 국민의 안전과 재해복구와는 거리가 한참 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국제 구호물품의 일부가 미얀마 군에 의해 군 창고로 빼돌려지고 있다”며 “구호물자를 배급받은 이재민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4일 미국의 구호물자 수송기 5대가 양곤 공항에 도착하는 등 국제사회의 구호 물자가 속속 미얀마에 도착하고 있으나 군사정부의 통제 때문에 구호물자가 이재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구호품을 해외 구호인력이 직접 이재민에게 나눠줄 수 있게 해달라”고 미얀마 군사정부에 촉구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해외 구호 인력의 선별 입국 허용 방침도 고수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14일 현재 유엔(UN) 직원 40명을 포함한 해외 구호 인력 160명만이 입국 허가를 받았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10일 실시된 새 헌법 국민투표에서 투표자의 92.4%가 찬성했다”고 밝혀 체제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14일 나르기스로 인한 사망자가 3만 8,491명이라고 발표했으나, IFRC는 실제 사망자를 최대 12만 7,990명으로 추정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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