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내주로 늦춰졌다. 정부가 한ㆍ미쇠고기협의와 관련해 불거진 비판 여론과 국민적 불안을 해소할 시간과 기회를 번 셈이다.
정부가 15일로 예정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의 확정고시를 7~10일 가량 늦추기로 한 이유는 물리적 시간 부족 때문이다.
정부는 재협상의 수순을 밟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시 연기로 벌어들인 1주일여의 시간을 마지막 절차상의 문제로 일어나는 잡음을 차단하고 반대 여론을 호전시킬 만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데 쓰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고시 연기 방침을 밝힌 건 14일 오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청문회에서다. 개정 수입조건의 입안예고 기간 중 제출된 330여건의 의견을 제대로 검토하자면, 물리적으로 하루 만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협상을 위해 장관 고시를 연기하라는 야권의 요구에 맞서 농식품부는 하루 전까지도 예정대로 일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3일 청문회에서 고시 연기와 관련 농식품부와 협의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부처간 사전 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나왔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입안예고 마지막날인 13일에만 약 320건의 의견이 몰렸다”며 “모든 의견을 신중히 검토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확정고시까지 남은 시간동안 정부가 할 일은 입안예고 기간 중 제출된 의견들을 검토, 수입위생조건에 반영할만한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 뿐이다. 이론적으로 정부는 이해당사자들이 제출한 의견을 검토한 뒤 최종 고시의 문구나 내용을 조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재협상을 전제하지 않은 내용 변경은 불가능하다. 이번 수입위생 조건은 일반 법령과 달리 한미 국가간 협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학수 농식품부 차관은 “한미 쇠고기 협의 결과를 뒤집을만한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고시 내용을 바꾸거나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협상은 없다’는 정부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고시 연기는 시간벌기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한미 양국 협의 결과가 법적 효력을 갖는 고시절차를 마무리해서 국민적 반발을 사느니, 최종 고시 일정을 늦춤으로써 여론을 경청하는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의도다. 최후의 역풍을 피하는 효과 역시 고시연기의 주요 배경이다.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할 경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방침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측이 무역대표부(USTR)의 성명 형식으로 한국의 검역주권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우리 정부는 보다 확실한 보증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근거로 별도의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