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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소은 "스토킹에 매일 공포에 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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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소은 "스토킹에 매일 공포에 떨었죠"

입력
2008.05.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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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은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그 분(스토커)이 제 홈페이지에 ‘만나자’는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팬인가’ 보다 생각했죠. 그러다 ‘너를 묶어놓고 쾌감을 느껴보고 싶다’‘가족을 파멸시키고 말겠다’는 등 내용이 과격해지면서 두려워졌어요.”

14일 오후 고려대 동원글로벌리더십홀. 이 대학 출신 인기가수 이소은(26)씨가 강단에 올라 최근 2년간 자신을 괴롭힌 스토킹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스토킹 공포가 다시 떠오르는 듯 이씨는 1시간 30분 동안의 강연 내내 떨리는 목소리로 고통의 순간을 전했다.

2006년 2월 친절한 팬으로 알았던 사람의 메시지가 돌연 “매일 널 지켜보고 있을 테니, 나를 주시해달라”는 내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발신자 아이디를 추적해 스토커의 홈페이지에서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이메일 보내는 정도라면 참고 지내자’라고 버티던 이씨는 그해 가을부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개인 콘서트장 구석 객석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스토커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이후 “내가 지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이성과 살사댄스를 출 수 있느냐”는 이메일을 매일 40통 넘게 보내기 시작했다.

스토커는 집요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소은의 일과를 지켜보기라도 하는 듯 “A레스토랑은 좋았니?”“방송 끝나고 집에 가면 1시간쯤 걸리지? 아파트 입구에서 만나자”는 등의 쪽지가 수시로 날아왔다. 2007년 들어서는 내용이 점점 성적으로 변했다. “너를 잡아 기둥에 묶어놓고 쾌감을 느끼고 싶다”는 등의 이메일까지 보내왔다.

더욱 참기 힘들었던 것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메일이나 인터넷 쪽지를 통해 “이소은과 나는 연인이다. 어제도 같이 잠을 잤다”는 음해성 루머를 퍼뜨리는 것이었다. 이씨는 “스토커가 퍼뜨린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부끄러워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했지만, 이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은 20개월 이상 고통을 받은 2007년 10월. 이씨는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끄럽고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일주일도 안돼 스토커를 붙잡았다. 스토커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36세의 평범한 남성. 망상장애 등 정신이상자라지만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협박 등 구체적 범죄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스토커를 풀어줬다. 스토커는 또다시 “소은씨, 어떻게 경찰까지 가실 수 있어요’라며 항의 쪽지를 보냈고, 지난해 12월 법원이 접근금지명령을 내린 뒤에야 종적을 감췄다.

이씨는 “스토킹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마음대로 거리를 걸어다닐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항상 누군가에 쫓기는 느낌으로 살아야 한다”며 “스토킹 범죄를 줄이려면 결국 피해자가 증거를 수집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스스로 적극 싸워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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