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가격의 불안정으로 인한 가격 폭등과 품귀현상은 우리 식탁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바이오연료 생산,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농산물 생산원가와 운송비의 상승으로 곡물 값이 급등하면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고 불리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분당협회가 최근 물엿 포도당 과당 등 식품첨가물을 만들 때 사용할 GMO 옥수수를 수입한 것은 한 예다. 일반 옥수수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 품귀현상까지 벌어져 부득이하다는 것이다.
GMO 농산물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1994년 칼젠사의 잘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의 시중판매를 허가한 것을 시작으로 96년 몬산토사의 GMO대두와 노바티스사의 GMO옥수수 시중판매 허가 이후, 재배품목 및 면적과 시장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GMO 농산물 재배면적은 1995년 120ha에서 1997년 1,280ha로 2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콩 생산의 50%, 옥수수의 27%가 GMO 농산물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의 60~70%가 유전자조작 식품이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콩과 옥수수의 전량을 수입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점유율이 낮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정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GMO 농산물 수입량은 두부나 콩나물, 식용유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콩이 103만톤, 판매용 옥수수가 99만톤에 이르며, 사료용 옥수수 900만톤과 대두 130만톤도 수입되었다. 다만 전분당용의 GMO 옥수수는 이번에 처음 수입됐다.
이처럼 우리 식탁에는 GMO원료 식품이 점차 늘어만 가지만, 소비자들은 GMO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식약청은 콩 옥수수 콩나물과 이를 원료로 사용한 식품 등 31개를 GMO 표시 대상품목으로 지정해 놓았다.
그렇지만 이 중 GMO가 전체의 3%를 초과하지 않거나 최종 제품에 DNA, 혹은 이로 인한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엔 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당분용 GMO옥수수는 열처리나 정제과정 등을 거치면서 최종 제품에서 GMO 유전자가 없어지거나 GMO 원료가 3% 이하로 된다. 즉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표시가 빠지게 되어 제품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알게 모르게 GMO 콩을 이용해 만든 식품을 먹었다.
수입업체들은 “GMO도 안전 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고른 제품이 GMO 원료를 사용한 것인지 알기 힘들다. 때문에 소비자의 알 권리와 식품 선택권 차원에서 GMO 표시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통해 유전자조작 식품이라고 표기하도록 하지 않고서는 육안으로 GMO식품과 자연산식품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유럽연합(EU)의 경우는 원료를 기준으로 GMO 사용 여부를 표시하고 있으며 GMO가 아닌 제품은 입증서류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높은 EU와 곡물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도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GMO 표시 문제를 해결해 국민을 안심시켜 주기를 바란다.
이종헌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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