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22살이던 A씨가 입영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군에 입대한 것은 네살 아래 동생 B씨였다. 집안 형편상 장남인 A씨가 군에 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3년 뒤 B씨가 전역하자 이들은 허위 주민등록 신고로 아예 이름을 바꿨다. 주민등록상 A씨는 동생 B씨가 됐고, 동생 B씨는 형 A씨의 신분으로 살게 됐다. 형제의 기막힌 ‘대리 인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면서 문제는 점점 꼬여갔다. 주민등록에 따라 혼인신고를 하는 바람에 A씨는 서류상 제수와 결혼한 셈이 됐고, B씨도 역시 형수와 ‘서류상 부부’가 됐다.
자녀들 역시 친아버지가 아닌, 백부 숙부의 호적에 올랐다. 그러나 가족과 지인들이 A씨와 B씨의 원래 이름을 계속 부르는데다,실제와 공부(公簿)상 이름이 달라 크고 작은 불편이 계속됐다.
결국 A씨는 2004년 말 “잘못된 신분관계를 바로잡아야겠다”고 결심, 제수와의 혼인을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내 2005년 7월 승소했다. 두달 뒤 동생 B씨도 소송을 통해 형수와의 서류상 결혼(?)을 청산했다.
이후 잘못된 자녀 관계도 바로잡기 위해 A씨의 실제 아내는 자신의 딸과 B씨 간에 부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최근 이를 확인해 줬다. 재판부는 “가사사건 중 확인소송은 판결을 거쳐야 한다”며 “이제 A씨와 B씨가 본명으로 주민등록을 하고, 자녀 등록도 다시 올바로 할 거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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