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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우리 어머니의 교육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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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우리 어머니의 교육 방법

입력
2008.05.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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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월을 ‘사랑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물고기떼처럼 파닥이는 신록의 이파리에 부딪혀 꺾이는 햇살을 쐬면 누구나 달뜨게 만드는 계절이니까요. 그러나 오늘은 ‘스승의 날’이고, 이 주(週)는 ‘교육 주간’이고, 이 달은 ‘청소년의 달’이라서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태도에 대해 아주 쓴 소리를 하려고 합니다.

그건 최근에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부 비행 청소년들의 문제 때문만이 아닙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청소년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 국민이 경악할 일인데도 그냥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지난 달 30일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6,160명을 대상으로 삼아 설문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다시 태어난다면 이 나라에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이 50.4%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라가 위급해도 나와 관계없다고 한 학생이 61.3%, 정치인들을 신뢰한다는 학생은 겨우 8.9%, 학교 수업보다 학원 강의가 더 좋다는 학생이 51.4%입니다.

믿을 수가 없더군요. 그러나, 잘못된 조사가 아니라는 것은 일본의 청소년연구소가 지난 해 10월부터 한·중·미·일 학생들의 의식구조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를 부자로 삼는 학생이 일본은 33.0%, 중국은 27.0%, 미국은 22.1%인 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미국의 두 배가 넘는 50.4%였습니다.

그리고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54.3%, 결혼 상대로 부자가 좋다는 학생은 63.8%,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학생은 중국의 네 배가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없습니다. 미친 쇠고기나 외국 상품은 전 국민이 똘똘 뭉쳐 안 먹고 안 쓰면 해결되고, 조류 바이러스도 좀더 연구하면 막아낼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내 나라를 싫어하고, 돈이 더 좋다고 한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우선 ‘나보다는 우리’, ‘단절보다는 계승과 발전’, ‘말보다는 실천’, ‘물질보다는 정신’을 가르칠 교육 계획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내 자식들이 이러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을 스스로 ‘엽전’이라고 낮춰 부르고, 불법 투기를 했기 때문임을 자각하고 내 자식만은 내가 사람답게 만들겠다고 나서야 할 겁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교사는 어머니고 아버지니까요.

다 큰 자식들이 말을 듣느냐구요? 그렇다면 초등학교도 못 나오신 우리 어머니가 논 한 되지기도 없는 농사꾼의 아내로서 8남매를 어떻게 가르치고 기르셨는가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진갑을 넘긴 나이에 옥편(玉篇) 찾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시더군요.

공부하는 자식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그냥 먹고 놀 수는 없다면서, 이삼년 걸려 <명심보감> 을 떼고, 칠십부터는 저도 다 읽지 않은 <논어> 와 <맹자> 와 <통감> 을 읽으시고, 팔십이 되어서는 교훈이 될 만한 구절들을 골라 한지에 붓펜으로 정성스레 써 벌써 두 번씩이나 자식들에게 나눠 주셨습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청소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건 사랑 이외는 풀 길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아주 간절한 사랑으로 돈보다는 정신, 나보다 우리를 사랑하는 젊은이들로 길러냅시다. 사랑해요, 여러분! 꼭 부탁 드립니다.

尹石山 시인ㆍ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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