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국 지진 대참사/ 건물 80% 폭삭… 마을 전체가 무덤으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국 지진 대참사/ 건물 80% 폭삭… 마을 전체가 무덤으로

입력
2008.05.14 02:23
0 0

“모든 건물이 파괴돼 도시가 평평해졌다.”

12일 쓰촨(四川)성 강진으로 5,000명 가까이가 몰살한 베이촨(北川)현의 생존자가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전한 참상의 현장이다. 쓰촨성의 마을 곳곳은 원자폭탄을 맞은 듯 건물과 가옥, 공장 등이 폭삭 내려 앉아 수천명의 학생과 노동자, 주민들이 파묻혀 신음하고 있다. 쏟아지는 폭우와 도로 붕괴 때문에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한데 사지가 절단된 시신이 나뒹굴고 희생자 가족들은 “가족을 찾아달라”는 비명 소리를 질러 도시 곳곳은 아비규환의 참혹한 폐허로 변하고 있다.

▲ 매몰 학생 생존 희망 옅어져

참상의 희생자들은 특히 어린 학생들이었다. 진앙에서 북동쪽으로 100㎞ 떨어진 두장옌(都江堰)시에서만 샹허초등학교 전교생 420명 중 320명이 몰살했고 쥐위안(聚源) 중학교에서는 50명 이상이 숨지고 900명 가까이가 매몰됐다.

지진 이틀째인 13일 뉴욕타임스는 “뼈가 부러지고 다리가 잘리면서도 탈출한 학생들은 그나마 행운이며 매몰된 학생들에겐 희망이 없어 보인다”고 타전했다. 골조 기둥이나 벽 등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건물이 형체도 없이 주저앉아 바닥이 콘크리트와 벽돌 잔해로 낮게 뒤덮였다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현장에선 “내 아이가 죽었다!”는 부모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주민 루 지칭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생존할 가망이 없어 보인다”며 눈물을 삼켰다.

원자바오 총리가 사고 당일인 12일 이곳 현장을 방문해 “1분도 낭비해서는 안된다”며 “1분, 1초가 아이들의 생명을 의미한다”고 구조대를 독려했지만, 희망은 실낱 같이 옅어지고 있다.

군인들이 현장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빗 속에서 밤을 보내 극도로 흥분한 부모들은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말해달라”며 울부짖었다. MSNBC는 부모들이 사고 현장 주변에 임시 장례장을 만들어 합판에 아이들의 시신을 안치한 후 향을 피우고 종이돈을 태워 악령을 쫓으면서 명복을 빌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비극은 이곳만이 아니다. 마을 대부분이 무너져 내린 베이촨의 경우 5,000여명의 희생자 중 상당수가 학생이었다. 6층 건물의 베이촨 중학교가 붕괴해 1,000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숨지거나 매몰됐다. 신화통신은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다리 하나가 절단된 여학생을 끌어내자 학부모들이 모두 눈물을 터뜨려 울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미엔주(綿竹)시 한왕진(漢旺鎭)의 중학교와 기술학교도 붕괴돼 최소 200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지역에서도 최소 5곳 이상의 학교가 붕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농촌의 학교 건물은 지은 지가 오래돼 특히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 무너진 공장, 가스 누출까지

대낮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공장에서 한창 일하던 근로자들의 피해도 컸다. 쓰촨성 스방시에서 화학공장 2곳이 무너져 내려 600명 이상이 숨지고 2,300명이 매몰됐다. 특히 화학가스 80톤이 누출되면서 2차 피해도 우려돼 주민 6,000명이 대피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진앙에서 100㎞ 떨어진 미엔주시 한왕진의 증기 터빈 공장이 무너져 4,800여명이 매몰됐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공장 붕괴 현장의 구체적인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당국이 소방관을 파견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무너진 건물 더미에 화재까지 겹쳐 사고 현장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폐허의 도시

일반인들의 접근이 가능한 도시도 몸이 절단된 시신이 나뒹구는 등 무차별 폭격을 당한 전쟁터나 다름없는 폐허로 변했다. 학생들 외에도 주민 2,000여명이 매몰된 두장옌에 도착한 뉴욕타임스 특파원은 “곳곳의 빌딩과 아파트가 무너져 도시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전했다. 6층 짜리 한 아파트는 반이 갈려서 내부 속내를 훤히 드러냈고 무너진 건물 더미 밑엔 머리와 몸이 잘려 나간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중국 웹사이트들에도 무너진 건물에 갇힌 희생자들의 모습과 훼손된 시신 사진이 게시돼 끔찍한 현장을 전하고 있다. 한 무너진 아파트 앞에선 젊은 여성이 “지진이 났을 때 외출 중이었는데, 다섯 살 난 아이와 어머니가 안에 갇혀 있다”며 “제발 누가 좀 구해달라”며 울부짖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진앙으로부터 50㎞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건물의 80%가 붕괴되고 5,000여명이 사망한 베이촨은 마을 자체가 거대한 묘지 더미로 변했다. 베이촨 인근 시 당국은 50세 이하의 남성들은 모두 물과 삽 등의 도구를 들고 베이촨으로 가서 구조활동에 나서도록 긴급 지시했다. 한 마을 주민들이 순식간에 묻혀 사라졌고 인근 시의 남성들이 모두 구조작업에 나선 것이다. 3,600여명이 숨지고 무려 1만 8,00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전해진 미엔양(綿陽) 역시 현장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피범벅의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을 것으로 보인다.

▲ 기반시설 파괴 심각

쓰촨성 곳곳의 도로가 붕괴된 것은 말할 것도 전신주가 무너져 통신이 불통됐고 열차의 철로도 파괴돼 철도 교통도 마비됐다. 13일 간쑤(甘肅)성에서도 선로가 끊어져 화물열차 한 대가 탈선해 화재가 발생했다. 쓰촨성 일대 일부 댐도 붕괴 조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 레이 수자원부 장관은 “가능한 한 빨리 댐의 피해를 발견하고 복구하고 있다”면서 “위험 상황일 때는 반드시 지역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청두=이영섭 특파원 송용창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