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이 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 사직서를 제출했다.
내년 6월이 정년이고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전 원장의 사의 표명은 최근 “임명직 공직의 경우 국정 운영철학과 방향이 달라진 만큼 재신임을 묻는 것이 정치적 도리”라는 청와대 측의 간접적 압박과 거취에 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감사원장의 중도 사퇴는 노태우 정부 때 연임된 김영준 원장이 1993년 2월 김영삼 정부 출범 하루 전 그만둔 데 이어 두 번째다. 후임 감사원장으로는 호남 출신인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 등이 거명된다.
전 원장은 이날 오후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에 정해진 임기를 지켜야 할 책무도 있지만 양대 축인 새 정부와 새 국회가 시작하는 이 상황에서 현안 과제를 팀워크로 움직여 나가도록 하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립성 중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이 정권 교체를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임기 중간에 사퇴,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 원장은 사퇴 시기와 관련, “나를 임명하고 재임명했던 대통령이 바뀌고 90%의 찬성으로 신임했던 17대 국회가 5월 31일로 종료됐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다 바뀌는 5월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원장이 그간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이 만류해왔다”며 “이 대통령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도 ‘사직서 제출에 관계 없이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쌓아 온 경륜을 바탕으로 국정 운영에 계속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자문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 원장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조만간 수리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원장은 간담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언론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전 원장은 “그간 언론에 비친 제 모습과 관련해 ‘영혼 없는 공직자’라는 비판이나 연임하기 위해 요로에 부탁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도 있었고 통상적 감사도 ‘코드감사’로 몰았다”며 “42년의 공직생활에 비추어 당황스럽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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