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아버지가 웬만한 기업 관리직으로 일하는 집이면 자녀를 이름 있는 사립대학 정도에는 보내기를 바란다. 학원 공부시킬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나 시골 농부의 경우는 다르다. 사교육비 부담 등 때문에 30년 동안 일본 사회의 격차가 크게 바뀌지 않고 빈곤이 악순환되고 있다고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가 최신호(17일자)에서 보도했다.
이 주간지에 따르면 1975년과 2005년의 ‘사회계층과 사회이동조사’를 비교한 결과, 아버지가 전문ㆍ관리직, 블루칼라, 농업인 가정에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녀 인구 비율은 75년 각각 30%, 6%, 6%에서 2005년에는 60%, 18%, 15%였다. 부모의 직업 차이에 따른 자녀의 교육 격차 구조가 3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연수입은 전문ㆍ관리직 가정의 자녀가 75년 300만엔에서 2005년에는 650만엔으로, 블루칼라와 농업 가정의 자녀는 200만엔대 초반에서 500만엔 전후로 각각 늘었지만 역시 서열이나 격차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격차를 결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교육비 지출의 차이다. 후생노동성이 1자녀 가정의 한 달 수입과 교육비 지출을 비교한 결과, 월수 14만엔(140만원)의 저소득 가정은 교육비 지출이 월 365엔(3,650원)인 반면 94만엔을 버는 부유층은 8,116엔으로 22배나 많았다. 일본의 국립대에서 자택 통학할 경우 학비ㆍ생활비는 4년 합계 418만엔 정도이지만 하숙 등을 하면서 사립대에 다닐 경우는 989만엔이 든다. 일본은 사립대가 전체 대학의 70% 이상이다.
교육비 지출의 차이는 결국 사립대학 진학률의 차이로 이어진다. 4,0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2005년 문부과학성 연구비 지원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400만엔 이하 저소득층 가정 자녀의 사립대 진학률은 22%인데 비해 1,000만엔 이상 고소득층은 44%나 됐다. 진학 격차는 성적이 나쁜 학생군에서, 남자보다 여자에서 더 컸다.
하지만 일본의 사립대들은 재정 확보 등을 위해 공립학교보다 교육비 부담이 3배 이상인 부설 사립초등학교 설립에 적극적이다. 와세다(早稻田)대학은 2002년 와세다실업학교 초등부를,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과 도시샤(同志社)대학은 2006년 초등학교를 새로 열었다.
올해는 효고(兵庫)현 간사이(關西)학원, 아이치(愛知)현 난잔(南山)대학이, 내년에는 오사카(大阪) 간사이대학이 초등학교를, 2011년에는 게이오(慶應)대학이 요코하마(橫浜)에 초등ㆍ중 통합학교를 열 계획이다. 사립초등학교 중 인기 있는 게이오 요치샤(幼稚舍)의 지난해 가을 입시 경쟁률은 무려 17.1대 1이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중학교 입시학원에 이어 곧 초등학교 재수학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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