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덴비 지음/김번ㆍ문병훈 옮김/씨앗을 뿌리는 사람, 428ㆍ516쪽, 각 권 1만9,500원
“자, 이것은 그냥 냉소적인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그리고 과감하다.(중략) 한 마디로 죽여주는 구문이다.”(1권 360쪽) 글줄깨나 깨우친 미국의 지성인이 노점상이나 진배없는 말투로 찬사를 보내는 책은 무엇일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다. 그의 지적대로, “민중은 사소한 피해는 보복하려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는 보복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같은 문구는 르네상스 시대에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과격하다. 군주론>
미국의 평론가이자 언론인은 컬럼비아 대학 학부생들의 교양 필수 과목인 인문학 두 강좌를 1년 동안 청강했다. 인류 문명의 큰 줄기를 이루는, 그러나 제목만 알고 가기 일쑤인 고전을 진지하게 독해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그는 “세상이 불안할수록, 혼돈스러울수록 인문학은 더욱 필수적”이라는 답을 도출해 냈다
. 이 책에는 그 같은 답을 얻기까지, 두 학기동안 고대와 현대를 대표하는 저작 110권을 정독하고 토론해 가는 강의실의 풍경이 생생하게 포착돼 있다. 저자는 자신이 체험한 수업 광경을 세밀하게 재현해 낸 이 두 권의 책을 위해 4년(1991~1995년)을 바쳤다.
그 과정에서 희랍 신화나 성서에서 미셸 푸코까지 인류의 정신사를 압축해 온 저작들이 개성적인 문장을 통해 거듭났다. 이 책의 미덕은 해묵은 재료들을 현재적인 장치들을 통해 거듭나게 하는 방식에 있다. 우리가 고전으로부터 어떤 지적 흥미와 정신적 쾌감을 취해낼 수 있는지를 지극히 미국적인 어법으로 재현해 낸다. 수업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는 듯한 감흥마저 이는 것은 그래서다.
이 책은 미국의 한 지성이 실증적으로 검토한 인문학의 재발견이다. 저자는 “9ㆍ11의 경험으로 근본주의자들이 정치적으로 득세한 이 마당에 반성적인 자기 비판과 지속적인 수정을 하고 싶었다”며 “자유로운 고전 읽기야말로 그 핵심”이라고 갈파했다. ‘뉴욕 매거진’을 거쳐 현재 ‘뉴요커’의 주요 필진으로 있는 그는 “각종 TV와 인터넷 등 미디어의 범람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의식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갈파해 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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