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외에서의 베이징(北京)올림픽 성화봉송을 통해 끌어올린 민족주의 열기를 국내 행사에서도 폭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11일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에서 진행된 성화 봉송에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성화 봉송길을 가득 메웠다. 10일 광둥(廣東)성 산터우시에서 진행된 봉송에서는 480만명의 시민 중 100만명이 봉송길에 나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었다. 광저우(廣州)에서는 1,200만명의 시민 중 무려 400만명이 봉송하는 성화를 지켜봤다고 중국 방송이 전했다.
봉송 인파의 규모보다 이들의 환영 열기가 더욱 놀랍다. 산터우시 봉송에서는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100만명의 시민들은 오성홍기를 흔들면서 도시 전체를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거리마다 중국 파이팅이라는 '중궈 지아요'(中國加油)라는 구호도 넘쳤다. 얼굴에 오성홍기를 그린 젊은이들은 부지기수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성화가 지나가는 거리마다 붉은 색으로 변했고 시민들은 애국주의적인 슬로건을 외치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묘사했다.
봉송 도시마다 'I love China' 등 애국적인 구호가 새겨진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림픽 후원업체 맥도날드는 52위안(7,800원)짜리 'I'm loving China'라는 세트메뉴를 내놓았다. 일부 시민은 봉송길을 지켜보기 위해 새벽 4시에 나와 길목을 지키고 있고, 청년들은 새벽부터 봉송에 앞서 축하 응원을 하고 있다. 열기가 뜨겁다보니 불상사도 있었다. 광둥성 선전시 봉송에서는 노동자 차림의 한 남성이 봉송길에 난입하는 소동이 있었다.
봉송에 참여하고 있는 올림픽 후원업체의 한 관계자는 "봉송길에서 느낀 중국인들의 애국적인 열기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뜨겁다"며 "해외에서 수난받은 성화를 열렬히 환영하려는 중국인의 속뜻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성홍기가 거리를 뒤덮다 보니 올림픽 후원업체의 광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중국 정부는 2일 시작해 올림픽 개최 전날까지 계속될 국내 봉송행사로 현재의 애국적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부 세계의 티베트 사태 비판 등을 의식해 중국인들이 더욱 성화봉송을 통한 애국심 고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중국 당국이 올림픽 폐막 후 허탈감에 빠질 수 있는 대중을 위해 어떤 이벤트를 마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