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도시를 판다] <1> 한국형 신도시, 수출시대 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도시를 판다] <1> 한국형 신도시, 수출시대 연다

입력
2008.05.13 02:27
0 0

■ "저런 곳서 살고싶다" 러브콜… 9개국16곳에 '제2 분당·동탄'

“한국 TV드라마에 나온 아파트를 본 딸아이가 매번‘저런 집에서 살아보는 게 꿈’이라고 말해 주저 없이 구입했습니다.” 우림건설이 중국 쿤산(昆山)에 짓고 있는 한국형 아파트 ‘태극프로젝트’ 분양 사무실에서 만난 천주핑(陳祝平ㆍ46)씨는 ‘세심한 인테리어와 친환경 설계가 과연 듣던 대로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베트남 하노이시가 2020년에는 3배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 분당 같은 고밀도 신도시 개발이 시급해졌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한국 건설업체야말로 이 사업의 최적임자입니다.”베트남 하노이시 뉴타운개발 부국장인 쭈곡투앗(42)씨의 말이다.

한국 기업들의 신도시 수출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현지인들은 하나같이 한국 건설ㆍ플랜트업체의 우수성을 높이 샀다. ‘주거문화의 한류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현지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신도시를 찾는 외국 고위 관계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개발이 한창인 키르키스탄의 부총리가 지난달 말 판교 등 우리나라의 신도시 현장을 둘러봤고, 넘치는 오일달러로 국토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중동 산유국 관료들 역시 신도시 건설 양해각서(MOU)를 작성하기 위해 속속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9개국 16개 현장의 신도시가 완공되기 시작하는 2012년 이후에는 분당이나 일산 신도시를 빼닮은 한국형 신도시를 동남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주요 개발도상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한국형 신도시의 경쟁력

국내 건설ㆍ플랜트업계의 최고 경쟁력은 풍부한 경험과 최신 시공 및 설계 기술이다. 쭈곡투앗 부국장은 “한국의 신도시는 베트남이 추구하는 미래도시, 바로 그것이다”며 한국기업의 신도시 경쟁력을 평했다.

90년대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판교, 동탄 등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는)유비쿼터스를 접목한 최첨단 2기 신도시까지 한국기업들의 신도시 건설경험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특히 70년대 이후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사실상 끝난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토지공사와 국내 민간 건설업체들은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계속 신도시를 건설하며 현장에서 설계와 시공 기술력을 쌓아왔다.

시공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당장 신도시 건설이 시급한 개발도상국에게는 매력이다. 50만명을 수용하는 분당신도시의 경우 시공기간이 7년이었고, 올해 입주 예정인 판교신도시의 공사기간은 불과 6년이다.

신도시 개발을 처음 시작한 영국과 프랑스, 일본이 신도시 하나를 건설하는데 최소 25년에서 최장 40년까지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건설인 셈이다.

■ 신도시 수출은 유전개발

건설업체들에게 해외 신도시 개발은 ‘해외 유전개발’에 비유된다. 리스크(위험)가 크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장기간 높은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에서 가장 큰 분야를 차지하는 해외플랜트나 국내 주택 사업의 경우 실제 수익률은 5%를 넘기기 힘든 게 현실이다. 특히 환율과 원자재 값 변동을 감안할 경우 상당수 해외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사업은 다르다. 토지 매입비와 각종 인허가 절차를 위한 초기 사업비가 많이 들어 리스크가 크지만 일단 삽을 뜨기 시작하면 바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택지개발을 통한 토지분양으로 차익이 가능하고 직접 건물을 지어 분양하면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 신도시를 건설 중인 모 건설업체의 경우 택지분양만으로 이미 일정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중심 상업지구에 고층빌딩을 지어 분양에 나설 경우에 수익은 더 늘어난다.

GS건설 베트남 사업부 임충희 본부장은 “올 하반기 이후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경우 사업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며 “특히 고밀도 개발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신도시의 경우 수요국들에게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쿤산(중국)=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개도국에 부는 신도시 한류

▲ 베트남 하노이 시청 옆에 여의도만한 규모로 지어지는 따이호따이 신도시 현장. 대우건설 등 국내 5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이 현장은 하노이 인민위원회가 ‘베트남 1호 신도시’로 명명할 정도의 국가적인 관심사다. 현지 대표를 맡은 이권상 THT대표는 “베트남판 월스트리트를 건설할 계획”이라며 “베트남이 놀랄 한국형 최첨단 신도시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경제특구내 초대형 복합단지 ‘하이빌 아스타나’. 마기스트랄가 대통령궁 맞는 편에 위치한 ‘하이빌 아스타나’는 고위 관료와 외교관들이 거주해 ‘아스타나의 아방궁’으로 불린다. 동일하이빌이 1단계를 마무리한 이 단지는 첨단 주거 및 상업ㆍ교육시설을 갖춰 카자스흐탄의 주거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까지 극찬해 인근 단지들도 모두 하이빌 뉴시티를 모방할 정도다.

‘한국인의 상상력을 담은 신도시를 판다.’

도시 기획에서부터 설계 시공까지 일관한 국내 기업들의 신도시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건설ㆍ플랜트 업체들이 해외 각지에서 한국형 신도시를 만드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주거 문화의 한류바람’은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신도시 프로젝트’란 방치된 오지나 갑작스런 도시화로 기능 마비상태에 이른 구도시를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 시키는 초대형 사업. 이는 단순히 공사를 수주해 시공했던 기존 사업과 달리 국내 기업들이 신도시 기획에서 설계, 시공, 감리의 전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제안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사업이다. 수익성 역시 국내 사업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다. 지난 10여년간 축적된 신도시 건설 경험에 한국적 상상력과 기획력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도 자랑이다.

신도시 프로젝트는 부가효과도 크다. 기획ㆍ설계 및 건설에 필요한 고급 인력과 자재의 수출은 물론이고 완공 후 관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다수 사업이 현지 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한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추가 수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내 기업들의 신도시 수출은 갈수록 늘고있는 현지 수요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 여건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한국 건설기술 수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각국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9개국에서 16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최대 20개 국가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양가 상한제와 대규모 미분양사태, 건자재 가격 급등 등 내부적인 어려움도 국내 기업들의 눈을 밖으로 돌리게 하는 결정적 원인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로 올 들어서만 전년 동기대비 48% 늘어난 37개 건설사가 부도나는 등 상당수 업체들이 존립위기에 처한 것이 국내 건설업계의 현실. 게다가 국내 건설ㆍ플랜트 업계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도달해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신도시 프로젝트가 국내 건설ㆍ플랜트업계의 블루오션(새로운 독점적 수익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급격한 도시화로 고민하는 동남아나 오지 개발을 추진중인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의 신도시를 벤치마킹 하려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ㆍ플랜트 업체들이 각국의 제안형 신도시 사업에 적극 뛰어들 필요가 있고, 정부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 싣는 순서

1) 한국형 신도시, 수출시대 연다

2) 하노이는 지금 '짜오 뭉, 한?O 뉴타운'

3) 아오자이 사로잡은 첨단 신도시

4) 동토 카자흐에 이는 주택 한류

5) 신주거 문화, 만리장성도 넘는다

6) 아직 갈길은 멀다

7) 결산 좌담회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신도시 협력’ 키르기스스탄 제1부총리 인터뷰

“경제가 성장하면서 수도(비쉬켁)로 인구가 집중돼 고민했는데 판교신도시를 보고 ‘아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말 한국토지공사와 신도시 건설 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방한한 키르키즈스탄의 아이달라리예프 제1부총리는 판교신도시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판교신도시의 도로, 상하수도, 공원, 통신망, 쓰레기 처리 시스템 등 인프라를 돌아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아이달라리예프 부총리는 신도시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경제성장과 함께 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인구 80만이 사는 수도 비쉬켁을 비롯해 오쉬 등 주요 도시에 인구가 크게 늘고 있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상승과 함께 주택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1980년대 수도권 인구 집중화에 따라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탄생한 것과 유사하다. 키르키즈스탄은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데다 국토의 93%가 산지여서 만성적으로 택지용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아이달라리예프 부총리는 “인구 분산과 함께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한국 민간 기업과 공기업 도움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신도시 건설뿐만 아니라 농업 광업 발전 관광산업 금융 통신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국과 형제국이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30여년간 10만명 이상 거주하는 도시 16개와 67개의 산업단지를 조성한 토공과 우리 건설업계를 비롯해 모든 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뜻이다.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키르기즈스탄은 문화방송 드라마 <태왕사신기> 의 배경이 됐을 정도로 경치가 수려하다. 아름다운 경관을 이용해 수도와 어우러진 최고의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토공도 이에 발맞춰 신도시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도시 건설’을 통째로 수출하는 만큼,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크다.

신도시 건설은 우리의 기술과 인력은 물론, 건축자재까지도 그대로 투입될 수 있다. 도시 완공 이후에도 한국의 문화를 수출할 수 있게 돼 다른 어떤 수출보다도 큰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아이달라리에프 부총리는 토공의 신도시 건설과 함께 많은 기업들의 방문도 요청했다. “키르키즈는 언제나 열려있고,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키르키즈를 방문해 한국 신도시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투자도 해 주길 바랍니다.”

■ 키르키즈 공화국은

1992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로 중앙아시아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인구는 510만명이며, 80여개의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약 600달러지만 귀금속 광물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키르키즈인은 외모뿐 아니라 언어구조, 몽골반점, 경로사상 등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