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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속편… 흥행 회오리? 작품성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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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속편… 흥행 회오리? 작품성 회초리?

입력
2008.05.1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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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은 두 번 반복될 수 없단다.” 판타지 대작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 에서 사자왕 아슬란이 주인공 루시에게 던지는 말이다. 이 대사는 전편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2005)에 대한 이 영화의 고민과 자기반성으로 들린다.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전세계 흥행 수입은 7억4,478만달러(약 7,447억원). 제작비(1억8,000만달러ㆍ약1,800억원)의 4배 가량을 벌어들인 대박 작이었다. 그럼에도 완성도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클라이브 S 루이스의 동명 원작 소설의 유명세에 기댄, 운 좋은 흥행이었다”는 악평과 함께 “<해리포터> 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비교대상에 올려놓는 것조차 불경스럽다”는 원색적인 비판이 있었을 정도. <…캐스피언 왕자>는 이런 전작의 원죄를 씻기 위해 작정이라도 한 듯 훨씬 풍부해진 이야기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야기의 뼈대는 전작보다 굵어졌고 살은 두터워졌다. 네 남매가 ‘하얀 마녀’에 맞서 환상의 세계 나니아의 평화를 지키는 과정이 단선적으로 이어진 전편과 달리 <…캐스피언 왕자>는 보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소꿉 놀이 수준이었던 네 남매의 소소한 갈등은 캐스피언 왕자의 합류로 더욱 증폭되고 확장된다. 전작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컴퓨터 그래픽과 뉴질랜드와 체코, 슬로베니아 등 다양한 장소서 이뤄진 야외촬영도 눈을 즐겁게 한다.

3년 사이 훌쩍 성장한 아이들의 생체 나이를 고려한 듯 은근한 로맨스까지 끼워 넣으며 스크린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명예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생쥐 기사의 좌충우돌 등 유머도 한층 강화됐다.

전작보다 몰라보게 달라졌다 하나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전지전능한 절대자 아슬란으로 대변되는 기독교적 세계관은 흔들림이 없다. 전작이 희생과 부활을 키워드로 삼았다면 <…캐스피언 왕자>는 예수의 형상을 이루는 강물이 세상의 악을 쓸어내는 장면으로 스크린서 기독교를 현현화 한다.

기독교적 판타지 소설이라 불리는 원작에 충실한 결과다. 판타지의 외피를 두르고 주인공들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도 충실히 유지한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랄 수 있지만 아쉬움도 있다. 특히 전작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나니아에서 아슬란이 점하고 있는 위상에 대한 설명도,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되는 네 남매가 판타지를 꿈꾸게 되는 불우한 환경에 대한 묘사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네 남매가 지하철 역에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장면과 나무들의 의인화, 수공(水功) 등은 어쩔 수 없이 <해리포터> 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슈렉> 시리즈를 연출한 앤드류 아담슨이 전작에 이어 메가폰을 쥐었다.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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