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원자로 가동일지 등을 미국에 넘긴 것은 미측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착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충족됐음을 의미한다.
미측은 그 동안 북핵 신고 문제와 관련, 북-시리아의 핵 협력과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문제에서 양보하는 대신 플루토늄 프로그램의‘완전한 신고’확보에 집중적 노력을 해왔다.
때문에 미측은 북한의 플루토늄 핵무기 계획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자료 확보를 바탕으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해 의회 강경파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측은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은 북 핵 문제와 연계돼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나 식량지원을 위한 북미 협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핵원자로 가동일지 제출은 말 그래도‘필요 조건’이어서 제출만으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우리는 앞으로 수주간 이들 문건의 중요성을 파악하는 아주 세밀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우리의 우선순위 3가지는 검증, 검증,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수주동안 북한 자료의 신빙성과 신뢰도 확인이 선행돼야 함을 의미한다.
미측이 테러지원국 해제의 ‘충분 조건’으로 검증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수준의 검증을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측은 제출 자료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영변에서의 검증으로 자료와 현실의 일치, 또는 불일치를 밝혀내기 전이라도 테러지원국 해제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해서는 미 정부가 45일 전에 미 의회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해제 시점보다는 의회 통보 시점이 북 핵 6자회담 재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측이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함께 약속한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는 의회에 통보할 필요가 없어 미 정부는 조건만 충족되면 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 미국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등 5개 법률에 의한 대북 제재는 풀리지만 70여개 법령에 산재해 있는 대북 제재가 모두 거둬들여지는 것은 아니고 다른 제대는 일단 유지된다.
북한의 자료 제출이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북미간 상주 연락사무소 설치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6자회담이 재개되기 전 실현 여부를 따지기는 시기상조다. 일차적 검증 과정에서 미 의회 및 정부내 강경파의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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