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측으로부터 건네 받은 자료는 무려 1만8,000여쪽에 달한다. 이 문서의 대부분은 1990년 이후 가동된 핵 관련 시설의 운행 기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5MW 원자로, 재처리공장, 핵 연료봉 제조공장 등 플루토늄 생산 핵심 시설과 핵 폐기물 처리시설의 가동 기록과 일지 등이 망라된 것이다.
핵 시설 가동기록에 대한 북측의 방대한 1차 자료제공은 북측이 조만간 제출할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실상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 셈이다.
이 자료는 북측이 지난 18년간 원자로를 가동해 생산해낸 플루토늄 양을 검증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측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과 시리아 핵 협력을 적당한 수준에서 넘어가는 양보를 하는 대신 가장 현실적인 위협인 플루토늄의 신고와 검증에 대해 북측의 확실한 신고를 얻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핵 활동을 시작한 이후 국제사회나 국제기구에 공개하지 않은 중요 문서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북측이 3단계로 나아가는 데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미측은 북측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북측이 신고한 플루토늄 양의 신뢰성을 평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해 11월 크리스토퍼 힐과의 면담에서 그간 생산해낸 플루토늄 양은 30㎏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측이 가동기록을 분석, 북측이 정확히 신고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미 의회 청문회 등에서 북측이 생산해낸 플루토늄 양은 50㎏안팎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북측의 신고내용과 미측의 추정치 사이에 존재하는 플루토늄 20㎏의 오차가 나고 있다.
북측이 조만간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할 핵 신고서는 총괄적인 것이고 성 김 한국과장이 건네 받은 자료는 핵 신고서를 검증할 수 있는 기초자료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 김 한국과장은 그간 북측과 핵 신고서 내용과 관련해 수 차례 협의를 가진 만큼 중국에 제출할 신고내용도 상당부분 알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성 김 과장이 핵 신고서의 사본을 들고나오지는 않겠지만 열람은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측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라는 2ㆍ13합의내용에 따라 플루토늄의 생산총량은 물론 핵실험, 핵무기에 쓰인 플루토늄 사용내역 등을 신고해야 하지만 핵무기 부분은 핵 프로그램 신고와 별개라는 게 기존 입장이어서 북측의 신고범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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