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영변 5MW원자로 및 재처리 시설의 가동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미측에 제공함에 따라 북한이 1, 2주 내 제출할 핵 신고서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한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최우선 관심사는 ‘지난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북측은 이번 신고서에 이에 대한 최소한의 답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20여년간의 원자로 가동과 3차례의 재처리과정을 통해 생산한 플루토늄 총량 및 사용처가 제시돼야 한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북측은 미측과의 협의에서 ‘플루토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플루토늄의 구체적인 사용처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모두 30~31㎏을 생산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핵무기 생산 및 핵실험에 얼마를 썼는지 신고하느냐에 따라 플루토늄 핵 폭탄의 개수를 추정할 수 있다. 일본의 도쿄신문은 지난달 21일 “북측이 핵 개발에 약 18㎏, 2006년 10월 핵실험에 약 6㎏을 사용했다고 미측에 설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핵무기 1개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플루토늄량은 기술력에 따라 4~8㎏이 사용된다.
하지만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미협의에서 북측의 기술력이 드러나기 때문에 핵무기 보유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수 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핵 신고서에 핵무기 숫자를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핵폭발장치 등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관련시설을 신고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하지만 북측은 그간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는 별개의 단계라는 입장이어서 정확한 핵무기 보유량 및 핵무기 관련시설은 핵 폐기단계에서나 신고할 가능성이 있다.
핵 신고와 맞물린 검증과정에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 북측이 일부 핵 시설을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핵 시설에 대한 사찰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측은 위성감시 등을 통해 10여개의 핵 의혹시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90년대 초 핵 시설 신고 당시 북측은 핵 폐기물 저장시설을 누락한 뒤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거부한 바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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