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외곽을 때리는 식으로 전윤철 감사원장의 퇴진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 최고감사기관 수장의 임기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감사원장 임명은 국회동의를 받도록 했다는 점에서 중도 사퇴 압박은 임기제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 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청와대측은 일단 “정치 도의상 새 대통령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 “국정철학에 맞는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 정치의 현실로 비춰볼 때 새 대통령이 과거 정권의 감사원장과 함께 하기는 어색한 것 맞다. 그러나 “법에 보장된 임기를 무시한 중도사퇴론은 결국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섞인 반론도 만만찮다.
임기 보장을 주장하는 측은 직무의 독립성을 내세운다. 특히 감사원은 일반 공공기관과 달리 헌법에 설치 근거를 두고 있다. 정치논리에 따라 흔들어서는 안 되는 고유한 영역이라는 논리다. 감사원장의 중도 사퇴는 당장 편할 지는 모르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결국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감사원법에도 원장이 탄핵, 금고이상의 형, 심신쇠약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의 뜻에 반해 면직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감사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동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어 정부가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견해도 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권력을 견제하는 대표적 기관인 감사원은 당연히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현 정부는 감사원을 마치 선거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반론도 있다. 고위직 인사권은 임기보장에 앞서 새로 뽑힌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바뀐 뒤 과거에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국정철학이 새 정부와 맞는지 체크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왔으니 신임을 묻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감사원의 상징성을 감안, 전 원장의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어디까지나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