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통사고로 며느리와 손자를 잃은 아픔을 딛고 필드를 지킨 ‘영원한 야인’ 김호(64) 대전 감독이 전인미답의 200승 고지를 밟았다.
대전 시티즌은 11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45분 터진 이성운의 결승골로 2-1로 승리, 혈육을 가슴에 묻고도 지휘봉을 놓지 않는 근성을 발휘한 ‘영원한 야인’에게 통산 200번째 승리를 안겼다.
지난달 26일 정규리그 7라운드에서 전북을 2-0으로 누르고 통산 199승을 달성한 김호 감독은 그동안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렸다. 30일 컵대회에서 ‘40년 지기’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에 0-1로 졌고 4일 경남과의 정규리그 8라운드에서도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로 역전패했다. 지난 7일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 찾아 들었다. 교통사고로 하나 뿐인 네살바기 손자와 며느리를 떠나보내는 청천벽력 같은 슬픔을 겪은 것.
그러나 김호 감독은 장례 와중에도 훈련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는 근성을 발휘했다.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선수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조문도 사양했다. 그리고 11일 예정대로 구덕운동장에 나와 벤치를 지켰고 대전 선수들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노감독에게 뜻 깊은 선물을 했다.
1984년 한일은행 사령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호 감독은 울산 현대, 수원 삼성을 거쳐 지난 시즌 대전 사령탑으로 부임, 대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1960년대 축구 국가대표팀의 명 수비수로 이름을 떨쳤던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선수 시절 못지않은 명성을 쌓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했고 1996년 신생 수원 삼성 초대 감독으로 취임, 정규리그 우승 2회(1998, 1999), 아시안클럽컵 우승(2001), FA컵 우승(2002)을 일궈내며 수원이 K리그 명문으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2003년 현역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간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기 대전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강호’에 복귀, 바닥권의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수완을 과시한 데 이어 K리그 최초로 200승 고지를 밟으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임을 확인시켰다.
한편 수원은 10일 열린 홈경기에서 대구와 난타전을 벌인 끝에 송종국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3-2로 승리, 파죽의 정규리그 7연승을 기록하며 선두 독주를 이어갔고 성남은 10일 경남을 4-3, 서울은 11일 인천을 2-1로 제압하고 각각 2위와 3위를 유지했다. 전북은 10일 정경호의 선제 결승골로 제주를 1-0으로 꺾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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