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 도심에서 발생했는데도 노원구청 보건소가 AI를 의심하는 주민 신고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B아파트에 사는 김모(52ㆍ가명)씨는 7일 오후 아파트 단지 내 두 곳에서 죽은 비둘기 두 마리를 잇따라 발견, 보건소에 “AI 때문 아니냐”며 조사와 방역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건소는 다음 날인 8일 오전 정확한 위치 파악도 하지 않은 채 한 곳에 대해서만 방역하고 돌아갔다.
김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한 곳만 방역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지만 직원은 “나중에 답변을 주겠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보건소 방역팀은 AI 관련 제보를 받으면 보건소장과 구청 산업환경과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 지침도 어겼고, 이 때문에 노원구청은 본보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의심 사례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고 답했다. 보건소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 본보가 취재를 하자 9일 오전에야 아파트 단지 전체에 대한 방역을 실시했다.
그러나 김씨는 “아파트 주민들은 비둘기가 죽어나가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서 함부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보건소나 구청의 대응은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며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느냐”고 답답해 했다. 또다른 아파트 주민 박모씨도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서 날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비둘기를 봤다”며 불안해 했다.
한편 AI에 대한 시민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광진구청 자연학습장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 3곳이 9일 휴교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어린이대공원과 가까운 광진구 능동 경복초등학교가 이날 하루 임시 휴교했다. 선화유치원은 9일부터 14일까지 휴원하며, 어린이회관유치원은 8일에 이어 9일도 휴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