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습니다!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조선 기술과 잠수함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반대 서명 도와주세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이 지난달 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한 이후 인터넷 게시판 등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내용이다. 골드만삭스가 중국 모 조선업체에 20%의 지분 투자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우조선 실사 과정에서 얻게 될 조선 및 잠수함 기술이 우리 조선업계의 경쟁자인 중국 업체에 넘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골드만삭스가 대우조선을 아예 중국 업체에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은 당초 외국계가 올해 첫 정부 소유 초대형 인수ㆍ합병(M&A) 건을 맡은 데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골드만삭스가 중국 조선업체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대우조선 노조가 이를 근거로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논란이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는 국내 조선 기술 유출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으나, 나머지 상당수 의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 노조는 골드만삭스 계열사인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이라는 점을 근거로 주간사 선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사후 감사원 감사 등을 염두에 두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방침 아래 선정위원회까지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심사과정은 상당히 공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ㆍ외 증권사들에 따르면 응찰 결과 골드만삭스 약 30억원, UBS 약 35억원, 메릴린치 약 4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고, 국내 증권사들은 매각 자문 경험이 일천한데도 이들 외국계 회사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UBS가 골드만삭스와 최종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 ‘객관적’ 지표인 최저 응찰가격으로 골드만삭스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중국 업체에 대우조선을 매각할 것이라는 주장도 매수 의사를 표명한 국내 회사들이 여럿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포스코, 두산, 한화, GS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대우조선 인수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M&A를 꼭 성사시켜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매수 경쟁자가 충분한 상황에서 1, 2대주주인 산은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대우조선을 중국 업체에 넘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가장 그럴듯한 의혹은 실사 과정 중 얻게 될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 가능성이다. 산은도 자문사 선정 후 골드만삭스의 중국 조선업체 투자 사실이 밝혀지자 계약 체결을 늦추고 이해상충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특히 잠수함 제조 등 민감한 기술이 포함된 대우조선의 방산부문에 대해선 골드만삭스 대신 산은과 캠코 등 대주주가 직접 실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다른 부문에 대한 기술 유출 우려까지 불식시키지는 못한다. 외국계 금융회사에는 실사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관계사에 넘기지 않도록 하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반론도 있으나, 이미 골드만삭스는 과거 진로의 경영자문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로 하여금 진로 부실채권 등을 매입해 거액의 차익을 얻게 해준 전례가 있다.
국내 금융회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대우조선 입찰 당시 제안서에 ‘이해상충 요소가 없다’고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자문사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이고 기술 유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자문사 재선정 과정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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