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시 경찰청에서 지문 기술자로 근무하다 은퇴한 로첼 파커씨는 자녀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잠깐 인터넷 사금융 대출을 받았다가 최근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연 수백%대 고율이자의 함정을 모르고 클릭 한두 번만 하면 손쉽게 ‘당일 입금’해 주는 사금융의 힘을 빌렸으나, 이를 갚기 위해 또 다른 인터넷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는 ‘돌려 막기’를 거쳐 결국 감당 못할 부채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11일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파커씨처럼 월급날(payday)까지 단기 자금을 빌려주는 초단기 사금융(payday loan)의 덫에 걸려 고통을 받는 저소득 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신용대출 조건을 크게 강화한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식품가격 상승 등으로 돈 쪼들리는 가계가 늘어남에 따라 서민은 물론 중산층까지도 사금융의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업을 연상시키는 이 같은 초단기 사금융 업체들은 미국 내 36개주에서 허용되고 있는데, 특히 지난 수년간 급격한 주택가격 폭락 사태를 겪은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06년 기준으로 무려 2,400여개 업체들이 난립, 140만명에 대해 대출을 해 줬다. 대부분이 은행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라는 측면에서 이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커다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연 200~700%에 이르는 살인적 고금리의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각 주정부는 사채업자들의 금리 상한과 1인당 대출 한도를 정하는 등 규제에 나서고 있다. 9일 뉴햄프셔주 하원은 초단기 대부업체들의 금리 상한을 연 36%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금리 36% 제한을 추진 중이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정부는 2월 초단기 대부업체들의 1인당 대출 한도를 500달러로 규제했다.
그러나 금리 상한을 연 28%로 규제한 오하이오주의 경우 초단기 대부업체의 3분의 2가 폐점했고 6,000여명의 실업자가 발생했으며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