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첨단 산업이다.”
‘제스프리’ 단일 브랜드로 수출되는 뉴질랜드 키위의 글로벌 마케팅을 책임지는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노웰(55) 사장의 말이다.
뉴질랜드 정부도 다른 선진국처럼 지식기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1990년대 정보기술(IT), 창조산업(문화콘텐츠 분야), 바이오산업 등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식품산업 비중이 경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커서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신산업 분야가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 어려웠다.
결국 뉴질랜드 정부는 2004년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프랑스의 세계적 식품업체 다농의 자회사 그리핀푸드 임원이었던 노웰 사장이 이 TF의 공동의장을 맡았다.
“2년 동안 TF 활동 후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정부가 7억 뉴질랜드달러(약 5,600억원)를 식품산업 연구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식품업계도 별도로 똑같은 금액을 투자키로 했다.” 정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학 연구에, 업계는 단기ㆍ실용적 연구와 마케팅 등에 투자했다.
TF 활동 후 지난해 3월 제스프리의 CEO로 영입된 노웰 사장은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가 기초연구비를 지원할 뿐 미국이나 유럽 등과 달리 농가에 직접적인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구가 400만명에 불과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뉴질랜드 농업시장은 100% 개방돼 있고, 농가는 정부로부터 일체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1980년대 갑작스런 보조금 철폐로 농업인구가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키위 농가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영농조합을 결성하고 수출 창구를 단일화하는 한편 공동 연구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등장과 각종 축산 질병으로 세계적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은 ‘원칙을 지키며’ 연구해 온 뉴질랜드 농업에 더 큰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종전 그린키위에 비해 단맛이 훨씬 강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제스프리 골드키위는 유전자 조작 방식이 아니라 무려 16년 간의 연구 끝에 접붙이기 등 전통적인 교배 방식으로 개발했다. 수자원과 토양을 보호하기 위해 농약의 대규모 살포는 금지하고 있고, 키위 재배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통제한다.
“농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끊임 없는 연구개발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첨단산업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세계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다.” 개방 파고에 휘청거리는 한국 농업에 대한 노웰 사장의 조언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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