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일지 등 방대한 분량의 핵 관련자료를 미국에 넘겼다. 6자회담에 곧 제출할 ‘핵 신고서’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 자료다.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10일 평양에서 받아온 1만 8,000쪽의 이 자료들과 핵 시설에서 추출한 시료를 분석하면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 신고가 정확한지 검증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으로 지난해 10월 합의 이후 계속 지연돼온 비핵화 2단계 핵 신고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그간 핵심 쟁점인 플루토늄 추출량을 30kg 정도라고 밝힌 반면 미국은 50kg 선으로 추정, 신고서 내용의 사전 협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을 제기, 문제가 한층 꼬였다. 그러나 양쪽은 지난달 싱가포르 회담에서 UEP 의혹을 비공개 양해각서 형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성 김 과장의 방북을 통해 신고와 검증 절차에 대한 협의를 매듭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진전은 북한이 부시 행정부의 협상 의지를 믿고 적극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특히 금융제재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조치를 얻어내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24시간 이내 공개 폭파’까지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달 말이나 6월초 재개될 6자 회담에 앞서 북한이 의장국인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에 맞춰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의회 통보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의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에 이르는 데는 장애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은 핵 신고서에서 핵 무기는 빼놓은 것으로 알려져 미 의회 등의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북미 모두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 짓는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삼고 있어 전망이 밝다. 이에 비춰 우리도 3단계 핵 폐기 절차에 대한 의구심을 지레 강조하기보다는 6자 합의 틀의 신뢰와 추진력을 유지,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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