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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벽안출가' 푸른눈의 외국인, 불교에 귀의하게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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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벽안출가' 푸른눈의 외국인, 불교에 귀의하게 된 까닭은

입력
2008.05.1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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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응오ㆍ장세훈 지음/샘터ㆍ252쪽ㆍ1만원

“어떤 게 미친 것이고 어떤 게 미치지 않은 것입니까?” 어떤 사람이 물었다.

“네가 많이 집착한다면 많이 미친 것이고, 조금 집착한다면 조금 미친 것이다.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미치지 않은 것이다.” 숭산(1927~2004) 스님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1977년 5월 숭산 스님을 따르는 미국 예일대 교수들이 세운 뉴헤이븐 선원의 그 자리에는 로렌스 시컬이라는 유태계 미국인 청년도 함께 있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정신병원에서 카운셀러로 일하다가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방황하던 그는 숭산 스님의 말에 샘물을 마시는 것처럼 가슴이 시원해졌다. 강연이 끝난 후 그는 숭산 스님의 뒤를 따라 갔고 얼마 후에 출가했다. 지금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조실로 있는 대봉 스님이다.

이 책은 한국불교에 귀의해 출가자의 길을 걷고 있는 푸른 눈의 외국인 스님 7명의 구도기를 인터뷰와 함께 담았다. 숭산 스님의 대표적 외국인 제자들인 대봉, 무심, 청안, 오광스님, 성철(1919~1993) 스님의 제자인 원명(1950~2003) 스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한국 스님이 된 스위스 법계사 주지 무진 스님과 러시아 출신 일조 스님,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과 인연을 맺은 청고 스님 등이다. 그들은 왜 출가했고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끊으면 너와 세상은 하나가 된다.” 헝가리에 한국식 사찰 원광사를 짓고 있는 청안 스님은 누구도 답하지 못했던 자신의 의문들을 스승이 단박에 풀어버린 첫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청년시절 불교 수행에 관심이 많았던 무심 스님은 “열심이 수행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내려놓게! 모두 내려놓게나! 이것이 바로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고, 참된 수행의 본질이라네”라고 한 스승의 대답에 충격을 받았다. ‘모든 것이 고통’이라는 말만 듣던 무진 스님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말에 한국불교에 몸을 던졌다.

책은 외국인 스님들의 행적을 통해 살아있는 한국불교의 힘과 인생의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행자들의 공통된 모습을 전해준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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