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각되던 100달러를 훌쩍 넘어 최근 120달러를 돌파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2배, 2002년 이후 6배나 되는 가격이다.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 미 달러 약세 등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석유 시장의 잉여생산능력 감소와 신흥시장의 수요 급증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상존해 유가는 향후 2년 내 20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총 수입액은 950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6.6%였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수출액을 합친 763억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최근의 지속적인 고유가가 국내 물가상승은 물론 기업채산성을 악화시켜 국내 경제전반과 무역수지에 큰 부담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인 우리의 경제는 산업, 수송, 건물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 부문에서 근본적으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확고한 시스템 마련을 구축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에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한 순간도 견딜 수 없다. 무관심 속에서 흘러나가는 에너지나 낮은 에너지효율로 인한 에너지 과소비를 시스템적으로 막는 게 문제다.
에너지절감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는 분야별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문에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에너지진단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이 전사적인 에너지 관리체계를 구축하면 공인기관이 평가ㆍ인증해 주는 에너지경영시스템(EMS)을 보급할 계획이며, 수송부문에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고연비 차량 보급을 보급하기 위해 제작사별 기준 평균연비를 2012년까지 15% 올리고, 승용차 요일제 전국 확대,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제 전일 시행 등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부문에서는 에너지절약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건물에너지 효율등급(1~3등급)의 확대 실시, 각 가정에서 전기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기스마트 계량시스템 보급, 대규모 에너지사용 건물에 대해서는 단계별로 실내 냉난방온도를 제한하는 방법 등을 추진중이다.
201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의 대기전력 기준을 1W 이내로 제한하고, 2015년까지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 조명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근본적인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모든 사업은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선진국들은 고유가의 지속과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재앙에 대응해 이미 고효율기기 사용 의무화, 개별 기업과 생산제품에 대한 탄소세 도입, 온실가스 배출규제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최종 에너지 소비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에너지 절약과 효율향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다만 규제를 도입할 때에는 설명회 공청회를 통해 효과에 대한 검토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에너지 위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한 절약시책에 적극 동참해 생활 속의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역량 있는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절약은 사회적 미덕을 넘어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정세 속에서의 필수적 생존 전략이다.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둔 시점에 정부, 기업, 국민의 지혜와 행동을 한 데 모을 때다.
이기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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