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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우주 열기' 지켜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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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우주 열기' 지켜가야

입력
2008.05.1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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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 덕분에 많은 국민이 우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시행한 설문에 의하면 청소년 10명 중 6명의 전공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일보 5월 2일자 기사 참조).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81.0%, 청소년의 83.3%가 ‘우주인 배출로 우주분야에 대한 자신의 관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한 성인의 75.4%, 청소년의 74.6%는 ‘우주인 배출 이후 개인적으로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우주 열기’가 반짝하고 끝이 날까 봐 걱정이다. 이소연 박사 말처럼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우주강국이 될 수 없다. ‘우주 열기’를 지켜내고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우주문화’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길이다. 훌륭한 우주문화 상품을 갖지 못한 국가는 우주시대의 문화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미국 우주문화의 대부는 누가 뭐래도 칼 세이건(Carl Sagan) 박사일 것이다. 그가 과학자이면서도 우주문화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같은 영화감독에게 영향을 줘 영화 가 나오도록 만들었다. 스필버그는 세이건이 죽은 후에도 그가 만든 행성협회(Planetary Society)에 계속 기부하며 의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인이 문화에도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좋은 예다. 노란 양복만 입어 ‘옐로 칼(Yellow Carl)’이라는 별명을 얻어낸 세이건 박사의 전략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마침 지난 주 세이건의 부인 앤 드루얀(Ann Druyan)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이런저런 우주문화 얘기들이 보도됐다.

우리 과학기술인들도 연구와 교육만 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 생산에 참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PD들이 과학기술 전문작가의 부재를 한탄하고 있는 현실이다. 과학기술인의 도움 없는 우주문화 육성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우리나라 바둑계를 보자. 바둑 문화 콘텐츠 그룹, 국제대회 선수 그룹, 후진 양성 그룹 등이 조화롭게 배치돼 세계 최강의 우리나라 바둑계를 이끌고 나아가지 않는가. 나이든 9단들을 대접하는 분위기도 흐뭇하게만 보인다.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중심이 돼 ‘우주 열기’를 살려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국민이 불륜 드라마나 폭력 영화만 보고 살게 놔둬야 하는가. 우리나라 어느 정보기관 건물 지하실에는 ET 시체가 냉동보관 중에 있다, 우리 공군 전투기 편대가 UFO를 추적하였다, 우리 국가정보원 정보원이 ET와 교전했다, 우리가 만든 로켓이 드디어 달에 도착했다, …, 우리도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주음악, 우주미술, 우주SF,…, 어느 하나 친숙하게 들리지 않는 현실이다. “태초에 대폭발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빅 뱅이라고 부른다…” 같은 랩으로 시작하는 음악이 있는가. ‘빛이 휘는 시공간’, ‘우주의 저편 III’, ‘화성에서의 하룻밤’, …, 같은 제목을 가진 미술 작품은 있는가. 이소연 박사의 우주 등정을 축하하는 서울시청 앞 무대에서조차 우주를 소재로 한 노래는 단 한 곡도 나오지 않았다. 모두 과학기술인 책임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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