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십 수년간 생산해낸 플루토늄을 규명할 수 있는 방대한 기초자료를 미국에 제공했다. 이는 북측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검증이 시작됐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측의 핵 신고에 이어 핵 폐기 문제를 논의할 6자회담의 재개가 잇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9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북측이 플루토늄 보유량 검증에 필요한 1만8,000쪽 이상의 핵 관련 서류를 방북중인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에게 넘겼다”고 보도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을 방문중인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북한의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관련된 상당수(significant number) 자료를 가지고 한국으로 갈 것으로 안다”며 “우리는 앞으로 수 주간 이들 문건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아주 세밀하게 이 과정을 끝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측이 제공한 자료는 플루토늄 생산량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핵심자료로 영변 5MW 원자로, 재처리공장, 핵연료봉 제조공장, 핵 폐기물 처리장 등 플루토늄 생산시설의 1990년 이후 가동ㆍ운행기록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미측에 제공한 문건에 핵 신고서는 포함돼 있지 않으나 성 김 한국과장은 북측이 의장국인 중국에 제공할 신고서를 미리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핵 신고에 수반될 검증의 기초자료”라면서 “북측이 십 수년간 핵 활동을 하면서 내놓지 않았던 중요자료를 제공한 전향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제공한 자료가 플루토늄 총량 규명에 의미 있는 자료로 판명되면 북측의 핵 신고와 미측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면제 조치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의 조치가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핵 폐기 문제를 논의할 6자 회담 재개 시점은 6월 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은 10일 오전 11시 판문점을 통해 서울로 올 예정이다. 성 김 한국과장은 서울에서 우리측 북핵 관계자와 만나 핵 신고 및 검증에 대한 북측과의 협의내용을 전달한다. 이와 관련, 정부소식통은 “북측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라는 합의에 따라 핵 신고서에 플루토늄 생산총량은 물론 사용내역도 포함시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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