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오늘 청와대에서 점심을 같이한다. 100여일 만에,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인 만남이다. 실질적 영향력과 그 동안의 숱한 정치적 우여곡절로 보아 진작에 만났어야 할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풀고 동반자 관계를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동안 두 사람은 물밑의 권력갈등 관계에 있었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의 팽팽했던 세력균형은 대선 이후 당연히 이 대통령 쪽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4ㆍ9 총선에서 드러났듯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따라서 강력한 지도력의 행사가 가능한 구심력 확보를 바라는 이 대통령의 뜻과 결과적으로 상대적 세력 위축을 겪어야 하는 박 전 대표의 저항이 여당을 분단했다.
그에 따른 은근한 신경전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는 물론 적잖은 국정 혼란을 불렀다. 두 사람의 허심탄회한 의견교환만 있었어도 ‘광우병 파동’ 등이 곧바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파급되지 않을 수 있었고, 박 전 대표도 잦은 칩거 대신 국정 현안에 대한 당당한 발언에 매달릴 수 있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오늘 회동을 무엇보다 국정 동반자로서의 신뢰, 최소한 그 기초라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로의 현실적 존재를 확실히 인정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협조 분위기를 끌어내는 것이 당장 두 사람에게 실질적 이익이 된다. 우리는 그것이 실용주의적 변화와 경제 되살리기에 기대를 걸고 5년 동안 이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긴 국민의 이익과도 지향점이 같다고 본다.
두 사람이 형식을 벗어 던지고, 구체적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당ㆍ청 분리의 형식적 측면을 앞세워 친박연대 등의 복당 문제 논의를 피할 일이 아니고, 박 전 대표가 정말 당을 이끌어주길 바란다면 막후 조정 약속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박 전 대표도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한 측면 지원 의사를 명백히 해야 한다.
아직 5년 뒤의 대선을 겨냥한 자기주장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물가는 치솟고, 사회는 어수선하고, 경기전망도 불투명하다. 국민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명심하기만 해도, 두 사람의 마음가짐은 새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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