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 대응의 전모가 드러났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어제 대국민 담화에서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와 미국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고,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정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혀,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한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고, 수입 쇠고기를 전수조사하며, 조사단을 미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겠다며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서둘러 내놓기만 했어도 ‘광우병 논란’이 지금처럼 번지지 않았을 법한 다짐과 호소다. 그러나 번질 대로 번진 논란을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논란의 핵심인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지금처럼 턱없이 부풀려진 게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거듭된 해명 어디서도 국민이 진정으로 듣고 싶어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점점 분명해지는 협상 과정에서의 소홀과 부주의에 대한 솔직한 시인과 반성이다.
우리는 ‘광우병 논란’이 도가 지나쳤음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협상이 서둘러 타결됐을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한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18일 새벽에 타결된 협상이 정치와 완전 분리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어야만 수입을 중단할 수 있게 한 합의문은 이런 의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합의문 내용과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의한 수입중단 조치의 상충 여부를 둘러싼 정부 해석이 오락가락, 협상 당시 이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배경은 쉽게 짐작이 간다. 한미동맹 복원을 확인하는 정상회담에 앞서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다. 협상 대표단이 청와대의 주문에 애가 탔든, 자발적 충성을 다했든 그 결과적 ‘과실’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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