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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허덕이는 사립대 "대기업을 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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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허덕이는 사립대 "대기업을 주인으로"

입력
2008.05.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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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의 ‘돈 가뭄’이 심화하면서 대기업을 새 주인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재정난을 타개하려는 대학들이 대기업 잡기에 속속 뛰어든 것이다. 돈줄을 확보해 예전의 대학 명성을 살리고 재학생들의 취업에도 보탬을 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본의 캠퍼스 지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재정난 돌파

재정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재단을 대기업에 내주기로 한 대표적인 대학은 중앙대다. 중앙대는 8일 “두산그룹을 새 재단으로 영입해 총 1,200억원 규모의 장학ㆍ연구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이런 내용의 공동 협약서를 최근 체결한데 이어 14일 학교 이사회 승인을 거쳐 협약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박범훈 총장은 “다른 사립 대학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힘든 상황”이라며 “대기업과 협력해 글로벌 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막대한 규모의 부채에 막혀 학교 발전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돌파구로 두산을 택했다는 뜻이다.

중앙대의 부채는 대학병원과 로스쿨 신축 등으로 700억원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 결산경영평가에서 단국대 동국대 조선대 등과 함께 하위 등급을 기록했다. 전국 대학 중 가장 심각한 재정압박에 시달렸다는 의미다.

임시이사 체제인 광운대도 대기업을 재단 안주인으로 영입할 태세다. 최근 적극적인 기업합병(M&A) 등을 통해 사세를 부쩍 키운 유진그룹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임시이사 파견 대학의 경우 정이사 체제로 전환해야 외부 재단 영입이 가능한 만큼 걸림돌도 있다.

광운대 관계자는 “현재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정이사 전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운대측은 정이사 체제가 된다면 기업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 총장의 비리로 임시이사가 나가 있는 경기대도 재단 영입을 통해 재정난을 해결하고 재도약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이태일 총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깜짝 놀랄 만한 대기업이 경기대 운영 의사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경기대 법인 관계자는 “이달말까지 인수 희망 기업 신청을 받을 예정인데, 지금까지 10여 곳에서 제의가 들어 온 상태”라고 귀띔했다.

■ 대학 인수의 명암

대학 인수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사회공헌 이미지 제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연 매출이 20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도 이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중앙대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보유한 유ㆍ무형의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교수 연구원 등 뛰어난 연구 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기업 프로젝트와 관련한 산학 연구를 추진하기도 기업체로서는 수월하다. 특히 부속병원을 보유한 대학의 경우 인수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연구와 교육의 공간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앙대 졸업생 김모(33)씨는 “침체됐던 학교 분위기를 쇄신하고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대기업의 교육 영역 침투는 돈만 있으면 상아탑도 얼마든지 살수있다는 것이어서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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