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한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론 동향과 정국 흐름으로 볼 때 정부ㆍ여당과의 전면전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야3당이 철통공조를 유지하면서 본회의 표 대결에서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3당은 8일 정부의 ‘광우병 추가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 방침을 미봉책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협상 무효화 전선을 구축했다. 오전에 열린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정부ㆍ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가용 수단을 다 꺼내든 것이다.
이 자리에선 재협상 촉구 결의안 제출과 농림장관 해임 건의안 추진, 15일로 예정된 장관 고시 연기 촉구, 통상절차법 제정 등에 이어 국정조사까지 추진키로 했다. 야3당은 특히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위헌소송과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야권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나아간 ‘합의’를 이룬 데에는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향후 정국 구도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7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실행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든 게 단적인 예다. 당장 내달부터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획득한 18대 국회가 시작되더라도 국정조사의 불씨를 살리면서 정국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야3당이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와 정부측 대응을 비판하면서 재협상을 촉구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의 동참을 끌어낸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룬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쇠고기 문제가 본질적으로 민감한 민생현안인 만큼 야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함”(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이라는 측면도 적잖게 녹아 있다. 재협상을 통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은 것도, 야3당이 이번 원내대표단 합의와 별개로 각기 축산농가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을 다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야3당의 바람대로 흘러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조치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동력 확보부터가 쉽지 않다. 재협상 촉구 결의안이나 통상절차법 제정, 국정조사 추진 등은 본회의에서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또 농림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의 의원 수 합(151명)이 현 재적의원(291명)의 과반을 넘는다. 문제는 18대 총선 불출마 또는 낙선자가 많아 본회의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주당 원내 당직자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됐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나오지 않고 있어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야3당의 이념적 지향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조율과정에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개연성도 꽤 있는 것이다. 통상절차법만 해도 민노당은 국회의 권한을 대폭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민주당은 ‘절차법’이란 점을 강조한다. 민주당과 민노당이 추진해온 쇠고기협상 관련 특별법 제정도 선진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론 야3당은 공히 통상절차법 외에는 원내대표간 합의사항이 실천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권이 수세에 몰린 쇠고기 정국에서 일정한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18대 국회를 맞이할 경우 야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민노당 관계자)는 것이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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