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에 비유될 만큼 '볼 게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는 요즘 공연계라지만 그래도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작품은 분명 있다. 사회 소수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창작 뮤지컬 <빨래> (8월 17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가 그렇다. 빨래>
27살 비정규직 직장인 서나영과 그 이웃들의 서울살이를 그린 이 뮤지컬의 인기는 '고단한 일상에 한줄기 햇살 같은 뭉클한 대본'(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이라는 평을 듣는 극작의 힘 덕분이다. <빨래> 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추민주(33)씨에 대한 주목도도 뮤지컬의 인기와 비례해 높아지고 있다. 빨래>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라는 게 그리 많지는 않지만 작은 공간에 함께 모여 즐거움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점은 공연의 큰 매력이에요. 사회의 마이너리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겁니다."
2005년 초연작으로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인 <빨래> 는 추씨의 경험이 녹아 있는 뮤지컬이다. 그는 빨래를 널러 올라간 옥상에서 만난 이주노동자에게 영감을 얻어 나영의 파트너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몽골 청년 솔롱고를 탄생시켰다. 빨래>
국문학과를 졸업, 멀쩡히 다니던 서점을 그만두고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한 그가 지하 셋방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한 시절의 이야기다.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남들처럼 직장에 들어갔는데 어느 날 왜 상사 욕이나 하며 살고 있나 싶었어요. 한탄하며 사느니 재미있게나 살아보자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와 연극원에 입학했죠. 딱 3개월 서울생활 하고 나니 통장 잔고가 바닥나더군요."
극단 명랑씨어터 수박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대학로의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다. <빨래> 에선 극작 겸 연출가, 보습학원 국어 강사 아르바이트 경험이 녹아 있는 <그 자식 사랑했네> (12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선 극작가로 활약했고, 작년에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여성사 전시관에서 여성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4년째 진행 중이고 가끔은 다른 제작사의 뮤지컬 각색도 한다. 한밤의> 그> 빨래>
그가 새롭게 관심을 갖는 주제는 '느리게 사는 삶'. 두산아트센터의 후원으로 내년 초 막을 올릴 연극은 역시 우연찮게 알게 된 유기농 빵을 만드는 사람들과 겪은 일을 모티프로 활용할 생각이다. 급하게 빵을 먹으면 배탈이 나는 것처럼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느리게 사는 삶을 실천해보자는 취지다. 그의 궁극의 꿈도 새 연극과 닮았다.
할머니가 돼도 '연극놀이'를 하면서 이웃과 시간을 즐겁게 나눠 쓰고 싶은 것. 최근 뮤지컬 <빨래> 에 이주노동자와 장애인을 초청하는 자리 나눔 행사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빨래>
제작부터 극작까지 수많은 일을 소화하는 '알파걸' 추민주에게 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물었더니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농담처럼 흘려 듣는 기자에게 구체적인 계획까지 들려준다.
"이번 공연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투입되면서 연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어요. 조만간 배우로도 찾아 뵐 겁니다. 대신 평범한 외모의 배우도 많이 기용하는 성기웅씨 연출 작품을 노려 봐야죠. 하하" 공연 문의 (02)6083-1775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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