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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효(孝)복지를 실현하자-어버이날에 생각하는 노인복지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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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효(孝)복지를 실현하자-어버이날에 생각하는 노인복지 공동체

입력
2008.05.0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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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신인류, 신사회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의학 발달, 노화속도 조절,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고령사회를 말한다. 이들을 기존 노년세대와 구별해서 뉴 실버세대라고도 한다. 기존 노년세대가 완고하고 보수적이라면 이들은 유연하고 합리적이다. 통크족(TonkㆍTwo Only No Kid)이라 불리는 이들은 노후에 부부 두 사람만의 여가생활을 원하며, 자녀는 물론 손자녀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한다. 오늘날 노인복지 문제도 이런 바탕에서 논의되고 있다. 노인복지가 노인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서비스차원에서의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현대 노인복지관념은 한국의 전통적 의식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가 많아야 복 있는 사람이었다. 가족 숫자로 복을 헤아린 것이다. 물론 장수(長壽), 부(富), 강녕(康寧:건강과 평안), 유호덕(攸好德:덕을 좋아함), 고종명(考終命:명대로 살다 편히 죽는 것)의 오복에 자녀의 유무는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자녀 없는 오복은 생각할 수 없고, 또 그런 사람을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자녀는 복의 필수조건이었다.

몇 해 전 유럽 전역을 휩쓴 무더위가 1만 9,000여 명이나 되는 인명을 앗아간 사건이 있었다. 시신 보관소가 모자라 식품냉동 창고까지 동원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그런데 사망자 대부분은 노쇠한 노년층이었고, 특히 통크족들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일찍부터 노령사회로 접어든 유럽 노인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떨어져 살거나 노인주거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무더위에 노출되면서 입은 피해였다. 그 때 가족들은 더위를 피해 바캉스를 즐기고 있었다.

개인주의가 발달했고 이미 오래 전 노령사회로 접어든 유럽의 이 노인 참사는 예고된 일이었다. 노인복지를 노인의 심신건강과 생활 안정을 위한 복지서비스 차원에서 정의한다면 유럽의 노인정책은 실패한 셈이다. 노인과 젊은이, 부모와 자녀를 따로 떼어 놓은 것이 실패의 한 요인이 된 것이다.

우리의 노인복지 정책은 서구 선진국 사례를 모방하고 있다. 개인주의 체제에서 성숙한 노인정책을 공동체주의와 가족주의가 여전한 이 땅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 사이에 가족이란 또 하나의 끈끈한 공동체가 강하게 자리한 우리에게 서구적 노인복지는 뭔가 엇박자를 이룬다.

우리의 노인복지는 한국적 특징과 현대적 요소를 함께 살린 효복지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전통양식으로서의 효정신과 현대적 의미로서의 복지개념을 함께 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효제자(孝悌慈)를 말해 왔다. 가정에서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회에서 젊은이는 어른을 공경하고, 어른은 젊은이를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노인과 젊은이의 하모니 공동체로서의 효(HYO, Harmony of Young & Old)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효정신을 바탕으로 국가 사회단체가 그 부족부분을 후원하는 형태이다.

기존의 노인복지가 노인만을 일방적 수혜대상으로 삼았다면 하모니 공동체에서의 효복지는 공동체 모두가 주체와 대상이 된다. 노인만을 위한 노인복지는 노인들을 오히려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노인은 사랑으로, 젊은이는 공경으로, 국가ㆍ사회단체는 적절한 지원과 계몽으로 참여하는 것이 효복지 공동체다. 그렇게 된다면 전통적 한 지붕 삼 세대 가정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차원에서 삼 세대가 어우러지는 한국적 효복지가 실현되는 것이다.

김덕균 성산효대학원대 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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