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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플로베르의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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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플로베르의 앵무새

입력
2008.05.0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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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언 반스 / 열린책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1880년 5월 8일 59세로 사망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불륜소설이라 해도 손색없을 <보바리 부인> (1857)의 작가다. ‘결혼이라는 인습에서 탈출하기 위한 가장 인습적인 방법’인 간통의 편력 끝에 자살하는 여주인공 에마, 사실주의 소설의 창시자, 대충 이 정도가 우리가 아는 플로베르다. 그 외에는? 여기서 영국 작가 쥴리언 반스(62)의 <플로베르의 앵무새> (1984)는 출발한다.

이 책은 플로베르가 작품을 쓰면서 책상 앞에 두고 있었다는 박제 앵무새를 찾으러 프랑스로 가는 한 영국 의사의 이야기,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건 장치에 불과하다. 작가는 그 장치 속에 플로베르에 대해 탐구한 모든 자료를 동원, 15장으로 구성한 책의 장마다 각각 다른 서술방식으로 글쓰기를 이어간다. 연보, 사전, 비평, 전기, 심지어 시험문제지의 형식까지 등장한다. 흔히 생각하는 ‘소설’이 아닌 것이다. 예를 들어 플로베르에 관한 3가지의 다른 연보가 제시된다. 하나는 통상적인 연대기, 하나는 그의 삶에서 부정적인 사건만 제시한 연보, 하나는 플로베르가 쓴 편지 내용을 연도별로 제시한 연보. 1880년 플로베르의 죽음에 대해 첫번째 연보는 그가 “명예를 누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열심히 작품을 쓰다가” 죽은 것으로, 두번째 연보는 “에밀 졸라는 루앙(플로베르의 고향) 시민의 5분의 4가 플로베르를 모르고 지냈으며, 나머지 5분의 1은 그를 미워했다고 썼다”고 했으며, 세번째 연보의 편지에서 플로베르는 “이 책을 언제쯤 완성할 수 있을까… 카망베르 치즈처럼 나 자신이 녹아내리는 걸 느낀다”고 쓰고 있다.

이쯤되면 반스가 15개의 퍼즐 조각으로 플로베르의 인생과 예술을 맞춰나가고 있다는 게 짐작된다. 하지만 그는 제시할 뿐, 퍼즐을 완성하지 않는다. 19세기의 플로베르를 통해 20세기의 반스가 새로운 글쓰기의 텍스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역시 모든 빼어난 텍스트는 앞선 자의 텍스트에 대한 훌륭한 주석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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