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산하기관인 통일교육원이 그제 발간한 <북한 이해 2008> 책자의 일부 표기와 내용이 지난해 판과 많이 달라졌다. 우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직책 없이 그냥 ‘김정일’로 대부분 표기됐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ㆍ15공동선언에 대한 의미 부여도 많이 약화됐다. 북한>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로 기술한 것도 제1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기술한 2007년 판과 다른 점이다. 통일교육원이 통일문제와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년 발간하는 간행물이 이처럼 달라진 것은 통일부의 새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김정일로 표기하는 것 등은 과거 냉전 대결시대의 대북관을 연상케 한다. 6ㆍ15 이후를 거론할 것도 없이 이명박 정부가 의미를 부여하는 남북기본합의서의 기본전제도 상호 체제 인정이다. 적어도 정부 차원이나 정부기관이 발간하는 공식 간행물에서는 북한체제의 최고 책임자는 직책을 붙여 부르는 것이 그 정신에 맞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逆徒)라고 매도하는 마당에 김정일 위원장이라고 꼬박꼬박 직책을 붙여 부를 필요가 있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북측이 막 나간다고 우리가 따라갈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 북측이 따라오도록 이끄는 것이 바른 자세다.
전 정부들의 대북정책 성과를 외면하고 폄하하는 것도 옹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2000년 이후 교류협력의 증대 등 남북관계의 변화를 기술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자가 스스로 밝힌 ‘북한 이해를 위한 균형적 인식’에도 어긋난다. 객관적 사실과 시대적 흐름에 충실해야 할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정치’를 의식한 결과가 아닌지 모르겠다.
포용정책 노선을 걸었던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북 자세가 모두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는 나름대로 노선과 정체성에 맞는 대북정책을 펼 권리가 있다. 하지만 편협한 보수 정서에 갇혀 탈 냉전과 남북화해 시대의 큰 흐름을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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