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씨가 타계한지 3일째인 7일에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빈소는 각계 조문객들의 발길로 붐볐다. 소설가 이세기 이인성, 시인 김후란 성춘복 황동규 노향림 김정환 채호기, 동시작가 안학수, 평론가 우찬제씨 등 문인을 비롯,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유시민 의원, 전재희 의원, 정종득 목포시장 등이 조문했다. 조유행 하동군수는 오후2시쯤 군의회 의원, 평사리 상평마을 주민대표 등 지역주민 40여 명과 함께 빈소를 찾기도 했다.
오후3시 빈소를 찾은 소설가 한말숙씨는 1950년대 문단의 단짝으로 박씨를 추억했다. 한씨는 당시 연애 중이던 부군 강병기(가야금 명인)씨가 덕수궁에서 찍은 박씨 사진을 박씨가 첫 소설집에 실었던 일, 박씨가 참한 용모를 보고 접근하는 남성들을 단호하게 물리쳤던 일 등을 떠올렸다. 이어 “내가 결혼해 일상에 순응해갈 때도 선생은 늘 곧은 자세로 문학과 사회를 대하셨다”며 “작가로서, 여성으로서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오후에 조문하며 “선생은 존재 자체만으로 문단의 품격을 높여주시던 분이셨는데 돌아가셔서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말했다. 유시민 의원도 빈소를 찾아 “나를 비롯한 민주화운동 세대에게 <토지> 는 인간과 역사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쳤다”며 “선생은 우리 세대의 정신을 살지게 한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추모했다. 고인의 사위 김지하씨는 조문 온 구영모 원주부시장을 접견하면서 “앞으로 애엄마(김영주 토지문화관장)가 토지문화관을 맡아 꾸려야 할텐데 원주시에서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토지>
이날 빈소에선 고인을 추모하는 종교 의식도 잇따라 거행됐다. 박홍 신부와 정의채 몬시뇰은 오전 10시 빈소를 찾아 박완서 장례위원장 등 가톨릭 신도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추도미사를 집전했다. 오후 3시15분쯤엔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이 교도 30여 명과 함께 조문하고 영정 앞에서 천도축원의식을 올렸다.
8일부턴 오전8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리는 영결식을 시작으로 서울-원주-진주-통영을 경유하는 운구 행렬이 이틀간 이어진다. 8일 오전11시 원주 토지문학공원에서 노제를 치르고, 이날 오후 진주여고를 들러 장지인 통영에 도착한다. 9일 오전10시 시내 중심지인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추도식을 치른 상여는 문인들과 지역 단체들이 추모의 글귀를 적은 150개의 만장을 달고 산양읍 미륵산 기슭 양지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오후1시쯤 열릴 안장식을 끝으로 고인은 고향 통영에 영면하게 된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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