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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기관장 대폭 물갈이… "납득 못할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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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기관장 대폭 물갈이… "납득 못할 잣대…"

입력
2008.05.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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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률 26%. 금융공기업 15개중 재신임을 받은 기관장은 4명뿐이다. 기관장이 재신임을 받지못한 11개 금융 기관들은 후임자가 확정될 때까지 상당기간 헛바퀴를 돌리게 됐다. 특히 현 상황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갑자기 수장을 잃은 금융공기업들은 “기준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납득이 안 된다”고 답답해 했다.

■ 일부 금융공기업, 업무 차질

살아남은 4명의 기관장은 임기를 채운 지 1년이 안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냥 임기대로 잘랐다’는 해명은 비난만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3년 임기 중에) 1년을 넘었기 때문이라면 11개월과 13개월이 뭐가 그리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업무 스타일이나 직원 개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어쨌든 조직의 수장인데 조직 자체가 휘둘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2일 돌연 취소했다. 이때부터 교체설이 감지됐다.

기관장의 공백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야 하는 금융공기업들의 앞날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박 행장이 임기 3년을 기준으로 카드부문 성장과 해외사업 확장을 역점 추진 중이었다. 카드사업의 경우 1년차에 덩치를 키우고 2,3년 차에 수익성을 닦는다는 접근 방식이었는데, 행장이 1년 만에 그만두게 됐으니 불안하게 덩치만 키운 상태에서 정지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임기관장들이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면 모르지만, 이전 기관장과 중점과제가 다르고 후임을 뽑는데 최소한 1~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관장들의 임기가 법에 3년으로 보장된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였다.

반면 기관장의 재신임이 확정된 기관은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전 정권과의 인연 등이 과장되면서 어렵다는 소문이 많았는데 막판 회생해 기쁘다”며 “전임 행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경영공백이 길었고, 이번에도 공백이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 후임인사 민간출신 우대

출혈을 감안하면서까지 물갈이에 나섰기 때문에, 얻는 게 있어야 한다.‘모피아’로 일컬어지는 관료출신 보다 민간출신 전문가들을 우대하겠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관료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출신의 능력 있는 인력을 우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한 자리에서도 “외국 시민권자라고 해서 금융기관장 인선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있는데 국제금융허브를 지향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 외국인 및 교포 CEO의 등용 가능성도 열어둔 바 있다.

하마평은 벌써부터 무성하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종배 산업은행 부총재,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덕훈 전 금융통화위원, 민유성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 이윤우 대우증권 이사회 의장, 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이팔성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김경동 우리금융지주 전무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다시 통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향후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소관 업무에 대한 경륜과 전문성, 조직 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개혁성, 도덕성 등을 기준으로 최대한 신속히 후임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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