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금융통화위원들은 ‘0.7%’와 ‘4.1%’중 어느 쪽에 더 무게감을 느끼고 있을까.
0.7%는 1분기 실질성장률이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현 경기흐름이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다.
4.1%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물가상승률에 4란 숫자가 새겨졌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방증이다.
금통위원들이 0.7%(경기둔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금리를 내릴 터이지만, 4.1%(물가상승)에 무게를 둔다면 금리동결을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하강압력과 물가상승압력이 고무줄처럼 팽팽히 끌어당기고 있어, 8일 금통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통위원들도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시장은 인하쪽?
시장도 금리예측에 안개 속을 헤매는 형국이다. 다만, 시장전문가 대상의 설문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예측의 균형추는 ‘금리인하’쪽으로 약간 기우는 분위기다.
연합인포맥스(21개 국내외 금융사 및 경제연구소 대상) 조사에선 12개 기관이 금리인하를, 9개 기관이 동결을 각각 전망했다. 금융사 채권 및 경제전문가 15명을 조사한 머니투데이는 9명이 인하, 6명이 동결을 전망했다고 6일 보도했다. 같은 날 이데일리 조사에서도 20명의 전문가 가운데 12명이 인하를, 8명이 동결을 점쳤다. 증권업협회의 채권업 종사자 119명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9%가 인하 가능성에 표를 던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은 6대4 정도로 인하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인하를 점친 쪽은 “경기위축을 막기 위한 선제적 금리인하가 있을 것”(문병식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물가상승과 경기둔화 위험이 공존하지만 하반기만 보면 경기둔화 위험이 더 크다”(박혁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동결쪽은 “물가안정이 전제되지 않는 인하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이란 우려를 내놓았다.
■ 한은은 동결쪽?
한국은행은 지금 진퇴양난이다. 금리를 동결하자니 ‘경기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안정을 생명으로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되어 있다. 이래도 욕을 먹고, 저래도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 집행부에선 여전히 동결기류가 우세하다. 정부의 금리인하요구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타도’가 최우선일 수 밖에 없고, 어쨌든 4%대 물가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물가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까지 당장 지금 금리를 내려야 할 만큼 다급하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는 7명의 금통위원들이다. 지금 기류대로라면 이성태 한은총재, 이승일 부총재, 한은 출신의 심훈 위원 등 3명은 동결쪽에 설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금리결정에 처음 참여하는 김대식 강명헌 최도성 위원 등 3명의 신임 금통위원들이다. 이중 강명헌ㆍ최도성 위원은 경력상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내심 금리인하를 희망할 가능성이 크지만, 첫 금통위부터 한은 집행부쪽과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은 주변에선 “종합적으로 보면 적어도 5월엔 동결확률이 다소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합의도출은 어려울 것이며 금통위원간 표대결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에선 금리인하를 장담키 어렵다는 동결 기대감속에, 5년물 국고채 금리가 0.02%포인트 오른 연 5%로 마감됐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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