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절감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방침에 따라 주요 부처 장관과 청장이 업무추진비 씀씀이를 크게 줄이기는 했으나, 실제 내용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내부 지출은 줄이면서 민원인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비용은 늘려야 하는데, 거꾸로 대외협력 비용은 줄이고 비서실 운영비나 내부 직원에 대한 지출은 늘려 빈축을 사고 있다.
6일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국세청, 기상청, 농업진흥청 등 장관이나 청장의 3월 업무추진비를 공개한 8개 부처의 자료를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3월 자료와 비교한 결과, 대부분 부처의 기관장들이 씀씀이를 크게 줄였다.
김성이 복지부 장관은 3월 업무추진비로 1,120만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 참여정부의 유시민 장관(1,753만원)보다 36%나 줄어든 수치다.
통일부(1,677만원→1,122만원ㆍ33% 감소), 국세청(1,753만원→722만ㆍ58.7% 감소), 병무청(661만원→424만원ㆍ35.9% 감소) 등도 참여정부와 비교했을 때 기관장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 참여정부 시절의 선임자보다 업무추진비 규모가 늘어난 곳은 농업진흥청(168만원→199만원ㆍ18.3% 증가)와 기상청(196만원→339만원ㆍ72.9% 증가)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부항목을 분석한 결과, 겉으로 드러난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민원인과의 대화에 사용된 비용은 대폭 줄어든 반면 각 부처 내부 행사용 지출은 크게 늘린 경우가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김 장관은 유관기관 업무협의ㆍ정책추진회의와 관련된 비용(700만원)은 유 전 장관(1,512만원)보다 53.6%나 줄였으나, 직원 경조사나 내부 사기진작을 위한 지출은 8% 가량 줄이는데 그쳤다.
농진청장과 병무청장의 씀씀이는 대세와 거꾸로 흘렀다. 농진청과 병무청이 정책추진이나 외부와의 업무협력을 위해 사용한 비용은 각각 10%와 30% 가까이 줄었으나, 청장실 운영경비 지원 규모는 오히려 18%와 37%나 늘어났다.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 운영비용 지출을 대폭 줄인 기관은 노동부와 통일부, 국세청 정도에 그쳤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3월 한 달동안 1,781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65%인 1,160만원을 업무협의 등에 지출했다.
직원 사기진작이나 장관실 운영을 위한 지원은 600여만원으로 참여정부 장관의 60%에 머물렀다. 한상률 국세청장도 씀씀이를 전임자보다 58% 가량 줄였으나 삭감액 대부분을 운영경비 지출을 통해 충당했다.
한편, 시민단체에서는 업무추진비의 효율적 사용과 함께 사용 내역을 보다 세밀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정보공개로는 업무추진비가 적절히 집행됐다고 보기 어렵고 의미도 없다”면서 “언제,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위해 사용했는지가 업무 관련성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자세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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