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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투란도트'의 현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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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투란도트'의 현대성

입력
2008.05.0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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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을 다룬 <투란도트> 는 탄생 150주년을 맞는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고 운치 있게 오역되는 테너 아리아 '아무도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가 유명하지만 이 오페라는 많은 약점을 지적받곤 했다.

피날레를 완성하지 못한 채 푸치니가 세상을 떠난 바람에 후배 작곡가가 마무리해야 했고, 자신에게 구혼한 왕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교수형에 처하는 투란도트는 '연약하고 비극적인' 푸치니의 장기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칼라프의 구혼 역시 용기보다는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그런데도 <투란도트> 의 인기는 세계적으로 상승 중이다. 이전에 납득할 수 없었던 캐릭터와 행동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용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우선 여성성과 동떨어져 있다던 '강한 여자' 투란도트는 요즘의 능력 있고 개성 강한 알파걸을 연상시킨다. 권력과 재력, 미모와 총기를 모두 갖추고 남자들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성공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닮고 싶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칼라프의 강압적 키스에 그 카리스마가 일거에 무너지는 점은 은근히 투란도트를 응원하는 관객을 실망시켜 왔지만, 스페인의 여류 연출가 누리아 에스페르트는 새로운 해석을 가한다.

투란도트가 이방인(칼라프)의 정체를 알아냈다며 "그 이름은 사랑!"이라고 외치는 순간 사랑의 기쁨보다 더한 패배의 굴욕에 자결해 버리는 것이다.

칼라프의 경우 그 어려운 수수께끼 세 개를 모두 맞힌 다음에도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 재차 위험한 게임을 제안한다. 이것은 몰락한 빈털터리 왕자가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도박을 계속하는 것이다. 칼라프를 닮은 남자들은 세상에 많다.

세계적 부호의 성공 비결을 다룬 책을 보더라도 칼라프처럼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미지의 분야 혹은 남다른 방식이라는 일종의 도박으로 부를 축적한다. 그러나 도박으로 돈을 따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피에르 루이지 피치와 그 수제자 마시모 가스파론이 연출한 <아이다> 와 <투란도트> 가 전례 없는 격일 공연방식으로 무대에 오른다(13~18일 세종문화회관). 현재까지 <투란도트> 의 예매율이 높단다.

사실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감동, 갈등구조는 <아이다> 가 한 수 위이고 스펙터클한 면에 있어서도 '개선 행진곡'의 인기가 최고였는데 말이다. 오페라에도 뭔가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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