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들이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개방에 따른 광우병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데 대해 잇달아 우려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길게는 수십년 동안 이민생활을 이어오면서 줄곧 미국 쇠고기를 소비했을 이들이 한국의 동족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우선은‘진실’이다.
6일 기자회견을 한 워싱턴, LA, 뉴욕, 휴스턴 등의 한인 단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한국 내의 광우병 논란이 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인근 북버지니아에서 30년 가까이 한식당을 운영하는 전 한인회 회장은 “미국 내수용 쇠고기와 수출용 쇠고기가 다르다는 주장은 금시초문”이라며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30년을 속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수도권 한인단체들의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나와 내 처가 이민온 지 각각 20년, 30년이 넘었고 우리 딸 아이는 지금 10대다”면서 “인간 광우병 잠복기가 10~40년이라고 하니 우리 가족이 한국의 동포들을 대신해 여기서 미국 쇠고기를 먹으며 임상실험을 당했다고 생각해 달라”는 얘기도 나왔다.
재미 동포들의 생각은‘미국 쇠고기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촛불시위는 도에 지나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산 경험을 말하면서 고국 동포들에게 보다 신중한 대응과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재미 동포들도 이 같은 입장이 미국에 대한 결과적 옹호나 ‘친미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동포는 “내 호소가 한국에서 오해없이 받아들여질지 영 자신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한국말’로 얘기해도 태평양을 건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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