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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쇠고기 재협상' 혼선/ 한나라 여론 의식 '공수표' 정부는 현실 감안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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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쇠고기 재협상' 혼선/ 한나라 여론 의식 '공수표' 정부는 현실 감안 '선긋기'

입력
2008.05.0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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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나라당이 6일 고위당정협의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 가능 여부를 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 혼란을 부추겼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다른 말을 해 국민들만 헷갈리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정협의 뒤 대책 중 하나로 일종의 '조건부 재협상' 카드를 내놓았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거나 광우병 위험이 현저할 경우 재협상 요구를 해야 한다는 점을 당이 정부에 촉구했고, 정부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정부는 다른 얘기를 했다.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토론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바로 재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밝힌 것이다.

민 정책관은 그러면서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있거나,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가 낮아질 경우, 미국이 대만이나 일본 등과 협상한 결과가 우리보다 엄격할 경우 개정 요구를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건부 재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개정 요구'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장 재협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새로운 특단의 사정이 생겼을 때는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혼란은 당과 정부간 입장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들끓는 민심을 의식, 어떤 식으로든 재협상 여지를 두어야 하는 처지다. "광우병이 생길 경우에도 재협상을 안 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정부를 압박한 셈이다.

하지만 협상 당사자인 정부로서는 현실적으로 재협상이 불가능한데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재협상은 기존 협상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정부는 개정이라는 용어를 쓰는 측면도 있다.

어느 경우든 엄중한 상황에서 당정이 다른 목소리를 내 혼란을 부추긴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나라당이 현실성 없는 재협상이 가능한 듯한 태도를 취해 민심을 달래려는 미봉책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앞서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한나라당이 정부 대책이 미흡하고 대처 자세도 너무 방어적, 소극적이라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정부 대책이 상당히 추상적이고 당에서 요청했던 구체적인 내용들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질책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이 정도로 어떻게 국민들을 납득시키겠냐'는 질타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해서 청문회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나" "국민들의 걱정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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