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3월) 내내 ‘왕따’였다. 시장에서 소외되고 가치도 천대 받았다. 거래량은 1만주도 안 되는 날이 비일비재했고, 한때 4,720원(52주 최고)까지 갔던 주가는 2,000원대 후반에서 오락가락했다. 어느날 반짝 급등하면 다음날 어김없이 (상승분을) 반납하거나 더 퍼줬다. 제자리로 돌아오는(혹은 원점을 지나치는) 부메랑처럼.
그러나 삼화전기는 4월의 끝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한번의 상한가를 포함해 2거래일(4월 30일, 5월 2일) 연속 급등으로 지난 주 상승률 2위(25.27%) 자리를 꿰찼다. 하루 거래량도 약 80만주까지 폭증했다. 지난해 10월 12일 이후 잃어버렸던 4,000원대 고토(故土)도 회복(2일 종가 기준 4,040원)했다. 지난 한 달새 35% 정도 올랐다. 잔인한 달 4월이 삼화전기에게 만큼은 호의적이었다.
삼화전기의 두각은 ‘세가지 재료가 화합’한 덕이다. 우선 환경 친화적인 신제품의 개발이 주효했다. 자동차용 전기부품 생산업체인 삼화전기는 지난달 22일 용량과 내구성이 30% 이상 개선된 초고용량 커패시터(축전지) ‘그린 캡’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주가는 발표 때까지 3거래일 연속 올랐다.
고용량 커패시터는 전기자동차가 정차하거나 감속할 때 낭비되는 잉여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해 연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부품이다. 포크레인 기중기 엘리베이터 등 적용 범위도 넓다. 여기에 2년간 공들인 독자연구 개발이 결실을 맺고, 상반기 중에 월 3만개의 생산설비를 완공해 유럽 미주 중국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이 시장의 믿음을 산 것이다.
이틀 뒤(24일) 나온 실적 발표 역시 호재였다. 삼화전기는 1분기에 매출액 399억원, 영업이익 18억2,000만원, 당기순이익 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동기보다 각 11.7%, 142.8%, 79.7% 증가한 성적이다. 발표 당일 반짝 오른 주가를 이후 3거래일 동안 까먹는 모양새였으나 (종목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은 수행했다.
무엇보다 삼화전기의 최근 상승을 주도한 일등공신은 ‘기대심리’다. 아직 정확한 형체는 없지만 힘은 강력하다. 삼화전기는 친환경 차로 불리는 ‘하이브리드카’의 으뜸 수혜 종목이다. 단적인 사례로 하이브리드카 관련 뉴스나 정보가 쏟아질 때마다 삼화전기의 주가는 들썩인다. 삼화전기는 1973년 설립(상장은 86년)된 장년 기업으로 전해콘덴서 생산, 초고용량 축전지 개발 등 전자부품산업의 최강자를 꿈꾸고 있다.
주식은 흔히 ‘꿈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삼화전기가 품은 꿈은 차츰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자동차 대비 50%이상 연비를 개선하고, 30%이상 배출가스를 줄여 2015년 연간 5,000억원의 에너지 절약 효과와 250억원의 환경비용 개선효과를 거두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 중심엔 하이브리드카가 있다. 실제 앞으로 5년간 950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강규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을 기점으로 가솔린이나 디젤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반면 하이브리드카는 본격 성장기에 진입해 2025년 전세계 자동차 판매의 58%가 될 것”이라며 “혜택을 누리는 종목에 삼화전기도 포함된다”고 했다. 하이브리드카 관련 부품시장은 2010년 5조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고유가 행진 역시 삼화전기에는 호재다.
다만 고려할 사항도 있다. 하이브리드카 관련 부품은 자체개발에 오랜 기관이 걸리는 만큼 양산 시점과 납품 규모 등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장기적으론 상승 추세가 예상되지만 단기 주가의 향방은 기대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움말=한국투자증권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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