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대학재정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너무 졸속적인 안이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을 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정도다. 우선 학부 우수인력 양성을 위해 성과지표를 기준으로 올 한해 500억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성과지표란 취업률, 장학금 지급률, 교원 확보율, 학생 충원율 등을 말한다.
이런 지표가 좋은 학교는 세칭 일류 대학들이니 기존 대학 서열 순에 따라 돈을 나눠 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특정 분야 연구나 정부가 육성 또는 유도하고자 하는 정책과 연계하지 않고 단순히 순위를 매겨 돈을 나눠주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부는 또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석학이나 잠재 역량이 높은 해외 학자 초빙, 새로운 전공 분야 개설 등에 올해 1,650억 원을 시작으로 5년간 8,2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은 한 두 종목만 강하거나 스타교수가 몇 명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개별 과제 중심으로 지원하면 투자효과는 그만큼 분산된다. 일부 국립대학에 몇 개 분야를 집중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세계 몇 위 안에 드는 대학을 단기간에 만들어 내겠다는 발상이 느껴지는데, 그런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또 하나, 이렇게 큰 돈을 쏟아 붓는 사업을 소리 소문 없이 어느 날 툭 던지듯이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고는 한 두 차례 공청회를 거쳐 이 달 중순과 하순에 바로 사업계획을 공고하겠다고 한다.
두뇌한국21(BK21) 사업을 할 때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하던 교육부가 이제 와서는 기존 재정 지원 사업이 대학별 나눠먹기였다고 자아비판까지 하니 어리둥절하다. 얼마 전 학교 자율화 계획도 그렇고, 대학 입시 자율화 3단계 계획,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도 모두 이런 식으로 뚝딱 해치우는 바람에 비난 여론이 무성하다. 정말 교육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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