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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오마니별' 역사가 빚어낸 분단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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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오마니별' 역사가 빚어낸 분단의 비극

입력
2008.05.0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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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지음/강 발행ㆍ381쪽ㆍ1만1,000원

중진 소설가 김원일(66)씨의 일곱 번째 소설집이다. <물방울 하나 떨어지면> (2004) 출간 후 쓴 6편의 중단편을 묶었다. 이 4년 동안 김씨는 연작소설집 <푸른 혼> (2005)과 장편소설 <전갈> (2007)을 상재하며 문학적 성채를 쉼없이 쌓아가고 있다.

수록작 6편은 작가 스스로 설명하듯 “남북조 시대를 살고 있는 이 민족의 고통과 그늘”(‘작가의 말’에서)을 다루고 있다. 6ㆍ25전쟁 피난 중 생이별한 평안도 출신 남매(‘오마니별’), 전쟁포로 수용소에서 연을 맺은 여인을 평생 동안 그리는 남자(‘용초도 동백꽃’),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처참하게 몰락하는 만석꾼 집안(‘남기고 싶은 이야기’) 모두 분단과 얽힌 신산한 현대사에 부대낀 존재들이다.

‘화가의 집’의 중심 인물들인, 외딴 골짜기에 흘러 들어와 천막교회를 세우는 궁핍한 세 모자의 유랑 역시 전쟁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해 평생 가족을 이끌고 떠돈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그 자신 전쟁 세대로, 등단(1966년) 이래 줄곧 분단 문제를 다뤄온 작가의 주제의식에서 이번 작품집 역시 멀지 않다. 해방 직후 및 전쟁을 다룬 작품과 당대의 현실에 똬리를 튼 분단 문제를 짚어내는 작품이 김원일 소설의 양갈래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면, 이번 수록작 중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전자에, 다른 다섯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임진강’의 경우는 최근 국가 보상 문제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북파 공작원의 사연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작품엔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사회 밑바닥 인생을 살던 전쟁 고아 출신의 두 불알친구가 떼밀리듯 HID(육군첩보부대)에 입대해 목숨을 건 북한 침투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이 핍진하게 그려진다.

‘카타콤’엔 북한 내 지하 교회 설립을 사명으로 여기는 목사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작가가 취재에 들인 공을 약여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들을 통해 ‘분단 구조’ ‘분단 문제’라는 추상적 개념은 현재적ㆍ실체적 옷을 입는다.

이런 압도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면서도 작가는 그 현실의 복판에 왜소하게 선 인간들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 김원일 소설의 감동이 여기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용초도 동백꽃’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좌익 포로인 그녀의 오빠를 수용소에서 탈출시킨 대가로 고초를 겪은 남자가 일흔이 넘도록 간직한 첫사랑에 대한 순정은 그저 코끝 찡한 신파를 넘어 역사보다 더 우직한 순수의 힘을 증거한다.

스위스에서 온 누나와 지워진 기억을 안고 초라하게 늙은 동생이 반세기 세월을 넘어 서로를 확인하는 ‘오마니별’ 끝장면의 감동도 날카롭다. 역사가 어지러이 새긴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해내는 인간성의 힘을 작가는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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