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CF에 나가는 사람은 그런대로 수입이 좋을 테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것도 팬들이 궁금해 하는 일들이다. 그냥 열심히 노래 부르고, 열심히 연기하고, 한 만큼 출연료 받고, 그러면 돈도 들어오고 그러는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TV에 출연하면 수많은 돈을 받을 것 같지만 옛날에는 천만에다.
그래서 부업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첫째, 앞날이 불안하다. 지금 당장에는 이런저런 수입이 있지만 늙은 뒤에는 어쩔 것이냐. 공무원들처럼 연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벌어 놓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부업을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돈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니까 따로 홍보비가 들지 않고 쉽게 알려지게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고 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대체로 여기서 쉽게 넘어간다.
부업하는 세 번째 이유, 이거 아주 중요하다. 주변에서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이거 보슈. 모든 돈은 내가 댈 테니까 당신은 그냥 얼굴이나 비치고, 이름이나 내 걸면 됩니다. 그러면 남는 돈을 반씩 갈라 가집시다. 아니지, 4ㆍ6제로 합시다. 당신이 60을 가지시오.” 기가 막힌 제안이다. 여기서 넘어 가지 않을 사람은 없다.
연예인이 부업을 해서 성공한 경우와 실패한 경우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위에 말한 세 가지를 구별하지 못 해서이다.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홍정욱씨의 아버지인 남궁원(본명-홍경일)씨는 1966년에 신발 가게를 했다. 그는 60년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영화배우이다. 오늘날의 장동건 못지않게 유명했다. 이른바 한류를 처음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그가 하루는 나한테 전화를 했다. “정형, 내가 고무신 가게를 하나 차렸는데 놀러 오슈.” 이게 웬일인가. 영화 때문에 바빠서 정신 없는 양반이 고무신 가게라니?” 지금은 종로타워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 빌딩, 그러니까 종각 네거리 옛날 화신백화점에서 안국동 쪽으로 10m 정도 가면 그곳에 남궁원씨가 차린 “고무신 가게”가 있었다.
이른바 개업식인 모양인데, 고무신 가게가 아니라 아주 큰 규모의 신발 백화점이다. 운동화를 중심으로 해서 각종 신발들을 진열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인 듯 했다. 그렇게 신발 장사를 하더니만 어느 날 문을 닫아 버렸다. 너무 바빠서 관리를 못한다는 것이다. 이해가 갔다.
그러더니 얼마 후에 또 연락이 왔다. “정형 햄버거 좋아 하슈? 내가 이번에 햄버거 장사를 시작했으니 먹으러 오슈.” 궁금한건 죽어도 못 참는 성격이라 그날 저녁에 갔다. 명동 한 복판에 “빅 보이”라는 이름의 햄버거 가게가 버티고 있었다. 나는 후배 기자들과 당당하게 들어갔는데 생각 보다는 작은 규모이고 남궁원씨도 그날은 없었다. 그러나 아주 맛있게 먹고 맥주도 마셨다.
여기서 한 말씀. 햄버거 가게에서 맥주를?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지금 흔히 보는 그런 햄버거 가게가 아니다.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서 주로 햄버거를 판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빅 보이라는 이름은 남궁원씨 자신이 체격이 크기도 하지만 미국의 햄버거 체인이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것도 2년인가 하다가 문을 닫았다. 그냥 버티었으면 지금쯤 최고의 패스트푸드 음식 체인이 됐을 텐데.
가수 패티 김이 맥주홀 장사를 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968년인가 69년인가, 패티는 명동에서 아주 큰 규모의 극장식 맥주홀을 열었다. 명동 네거리 우리은행 뒤편으로 들어 가다가 바로 왼쪽으로 꺾어지는 골목에 비어홀을 개업했다.
패티에게는 오빠가 세분이 있었는데 그 중에 둘째 오빠가 신문기자이고 셋째 오빠가 이 맥주홀을 경영했다. 경영이야 누가하든 결국 패티를 보고 손님이 오는 것인데 무슨 일인지 몇 달하다가 비어홀 문을 닫았다. 지금은 아구찜 골목인데 그 근처 지나 갈 때마다 나는 패티 김 맥주홀과 유명한 은성 비어홀을 생각하곤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은성 비어홀은 유명한 막걸리집 ‘은성’하고는 다른 곳임을 밝혀야 한다.
연예인들이 부업을 하면 대체로 먹는 장사이거나 마시는 장사를 택한다. 우선 손쉽게 할 수 있고 오는 손님 부담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물장사’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물장사를 해서 성공한 사람을 꼽으라면 몇몇이 있다. 영화배우 최지희, 김보애, 가수 정숙자, 장우, 박상규 등이다.
가수 최희준도 서울의 충무로3가에 있는 일신빌딩 지하에 아주 아담한 경양식집을 차렸는데 비교적 손님이 많았다. 그러나 가정적인 이유로 몇 년 하다가 폐업했다. 그의 친구인 위키리도 서울역 앞 대우빌딩 지하에서 식당을 하기도 했다. 탤런트 김종결은 여의도에서 유명한 생고기 식당을해서 성공했고, 가수 어니언스의 이수영은 서초동에서 ‘파티에존’이라는 식당을 하고 있다. 탤런트 사미자는 현재 샤브샤브 식당을, 김영애와 홍진경은 홈쇼핑에서 부업을 하고 있다.
부업을 해서 성공한 연예인은 역시 영화배우 신영균씨이다. 그는 일찌감치 명보제과와 명보극장을 경영했고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면서 재력가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크게 기대를 걸었던 ‘맥도날드’가 부진한 바람에 요즘 실망을 한다는 소문이다.
연예인들 중에서 톱 클라스를 제외하고는 사실 불안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불안한 이유 때문에 부업을 하려하고 또 실패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사, 약사, 변호사, 재벌 2세 등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여 결혼하려는 연예인이 느는 것도 그런 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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