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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광우병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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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광우병 정권?

입력
2008.05.0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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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수입쇠고기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 미국방문에서 미국에 대한 선물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허용하면서 광우병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에 수십만 명이 서명을 하는가 하면 청계천에서는 오랜만에 대형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면서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정권’이 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을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시킨 정권이 되고 말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뇌가 녹아버리는 광우병에 이미 감염되어 뇌가 사라진 무뇌정권이 된 것 같다는 의미이다. 그간의 과정을 반추해 보면 이 정부가 정말 광우병에 이미 감염된 것이 아닌 바에는 과연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 최악에 대비한 안전장치 포기

우선 내용이 그러하다. 사실 광우병의 위험을 둘러싼 논쟁을 바라보면서 개인적으로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백배 양보를 해 순수 가정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측의 주장이 맞다 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서 새롭게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수입이나 검역을 중단할 수 없도록 검역주권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는 광우병을 걱정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규제하는 것을 “한강다리가 무너질 염려가 있으니 건너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성수대교는 무너진 바 있다. 그리고 또다시 한강다리가 무너질 징후가 보이면 다리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만일의 경우를 생각한 최후의 안전장치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해 무조건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무뇌정권이 아니고 무엇인가?

추진과정도 이 정부가 과연 뇌가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문제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책추진에 있어서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무런 설득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갑자기 추진했다. 수입재개 결정 후에도 정부의 결정을 제대로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반대여론이 일자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이 걱정되는 사람들은 “안 사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직접 하고 나섰다.

본인은 이 발언이 소방법의 비합리성을 지적하기 위해 “축산농가의 소가 화재 시 비상구 찾아서 도피하느냐”던 발언처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멋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처럼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우리의 자녀들이 매일 먹는 학교 급식, 직장 생활인들이 매일 사먹는 점심 식사 때마다 미국산 쇠고기 쓰지 않았느냐고 묻고 사 먹으라는 이야기인가?

이처럼 대통령이 우리의 현실을 모르면서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것도 자신이 현실을 잘 안다고 자신감에 가득 차 추진한다면, 이는 광우병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가 불을 끄기 위해 연 끝장토론 기자회견이라는 것조차 신뢰감을 주고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

■ 반대운동측도 ‘두뇌’가 없는 듯

다만 반대 운동측도 조심할 것이 있다. 대통령 탄핵운동이 불러올 수 있는 역풍이다. 이는 이미 4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보여준 바 있다. 국민들이 광우병의 위험에 불안해 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검역주권 포기에 비판적이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을 실제로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광우병정권’이라고 운동도 두뇌 없는 ‘광우병운동’이 돼서야 되겠는가?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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