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신비로운 포크.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수십년 만에 직접 만난 중년 음악 팬들은 얼굴 붉히는 소년, 소녀로 돌아가 지난 세월의 감성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4일 오후 6시20분부터 무려 5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대형공연 <플라워 파워 콘서트> . '빈센트'의 돈 맥클린을 비롯해 '트라이 투 리멤버'의 브라더스 포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1960~70년대 우리의 젊음을 지배했던 대형 포크 가수들의 무대는 비 내리는 잠실의 밤을 촉촉히 적셨다. 플라워>
1만여명(주관사 집계)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디제이 김광한씨가 사회로 나선 공연의 첫 무대는 브라더스 포가 장식했다. 결성 50년을 맞은 4인조 브라더스 포는 변함없는 중저음의 안정된 화음으로 빅 히트곡 '그린 필즈' '500마일스' '트라이 투 리멤버' 등을 선보였다.
무대를 이어 받은 컨트리록 그룹 닥터 훅의 멤버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온리 식스틴' '더 커버 오브 롤링 스톤' 등을 열창했다.
40여년을 포크의 여제로 군림해온 주디 콜린스가 무대에 오르자 콘서트는 한층 달아올랐다. 통기타를 둘러메고 나온 매력적인 은발의 그녀는 '보스 사이즈 나우'를 부르며 중년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크리스털 게일은 영화 <쉬리> 의 삽입곡 '웬 아이 드림'을 불러 뛰어난 가창력을 발산했고, 돈 맥클린은 '아메리칸 파이' '빈센트' 등을 젊은 시절 못지않은 음색으로 매끄럽게 열창했다. 쉬리>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멜라니 사프카는 "빗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준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내 목소리가 분단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멜라니 사프카는 '새디스트 싱' '루비 튜스데이'로 이날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은 포크의 전설이 한데 모인 의미있는 자리였지만 계약조건 등의 이유로 제니스 이언이 불참하고, 5일 공연할 예정이던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가 여권 분실로 입국하지 못하는 등 아쉬움이 남았다. 우천에 취약한 실외공연, 관객의 연령을 배려하지 않은 장시간 공연이라는 점도 흠이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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